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지금껏 4000개 발견… 지구와 가장 닮은 행성까지 490광년
[외계 행성]
태양계 바깥 행성, 1995년부터 발견
그중 생명체 가능한 외계 행성 0.6%… 너무 멀어 사실상 이주 불가능
외계 행성 처음 발견한 마요르 박사 "지구 떠날 생각 말고 구할 생각해야"
새해를 맞으면서 1989년 방영됐던 국산 애니메이션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원더키디)가 한 방송사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 방송되면서 화제입니다. 약 30년 전 상상했던 2020년의 모습과 현재를 비교해보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이 작품에서 2020년 지구인들이 태양계 밖 외계 행성을 탐사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을 항성(恒星), 그 주위를 도는 천체를 행성(行星)이라고 합니다. 외계 행성은 태양이 아닌 다른 별 주위를 도는 행성을 말하죠. 현재 외계 행성에 대한 탐구는 어느 정도 진행됐을까요.
◇스위스 천체물리학자가 외계 행성 첫 발견
'원더키디' 속 지구는 인구 증가, 자원 고갈,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작품에서 2020년은 우주개발이 본격화한 상태입니다. 지구인들이 오염된 지구를 떠나 지구와 닮은 외계 행성 'UPO'로 이주하고자 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죠. 애니메이션이 나온 1989년은 외계 행성이 실제로 발견되기 이전입니다. 존재할 거라는 추정만 있었죠.
외계 행성은 스위스의 천체물리학자 미셸 마요르(77) 박사가 1995년 처음 발견합니다. 그는 제네바 대학에 재직하던 1995년 제자와 함께 '페가수스자리 51' 항성을 도는 외계 행성(페가수스자리 51b)을 발견했습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작년 노벨물리학상도 받았죠. '태양계 밖에도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이 있을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과학계는 이 발견에 열광했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25년 동안 약 4000개에 이르는 외계 행성이 발견됐습니다.
◇지구와 가장 닮은 행성은 490광년 밖
과연 외계 행성 중 인간이 살 수 있는 곳은 얼마나 될까요. 루이스 어윈 미 텍사스대 교수는 '생물학적 복잡성 지표'를 개발해 생명체가 존재 가능한 행성 숫자를 계산해봤습니다. 637개 외계 행성을 대상으로 표본 조사를 해봤더니 단 4곳만이 '화성보다 지구에 가까운 환경'이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0.6% 확률입니다. 화성은 물이 있을 가능성이 있고, 금성처럼 태양과 가까워 너무 뜨겁거나, 목성처럼 태양에서 멀어 너무 춥지 않아서 태양계에서는 가장 지구와 가까운 환경이라고 봅니다.
- ▲ 그래픽=안병현
그런데 '화성보다 지구에 가깝다'가 인류가 살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생존이 가능한 생명체들이 있기는 하지만,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은 훨씬 더 제한적입니다. 공기와 물이 있어야 하고, 땅도 있어야 합니다. 이런 조건에 따르면 우리 태양보다 더 뜨거운 별의 인근에 있는 행성은 인간이 살기에 적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 행성 중에서는 지구에서 490광년 떨어진 '케플러-186f'가 지구와 가장 닮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공전 일수는 지구 시간으로 130일이고 크기는 지구와 비슷합니다. 과학자들은 이 행성에 땅과 바다가 있다고 추측합니다. 사람이 살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죠.
◇지구인 이주 가능성은 거의 없어
어디로 가야 할지 알았다면, 어떻게 가야 할까요? '원더키디'의 주인공 아이캔은 빛보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우주선 '갈라티카'를 타고 외계 행성으로 떠납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 법칙에 따르면 빛보다 빠르게 이동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빛만큼 빠르게 이동해도 '케플러-186f'까지는 490년이 걸립니다. 게다가 도착해도 사람이 살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작년에 노벨상을 받은 다음, 마요르 박사는 인터뷰에서 "인류가 외계 행성으로 이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외계 행성이 너무 멀기 때문입니다.
결국 지구를 버릴 생각을 하지 말고 지구를 구할 생각을 하라는 겁니다. '원더키디'와 달리 현실에서는 찾아갈 외계 행성이 없습니다. 2020년 지구는 기후변화와 기상이변, 각종 환경오염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몸살을 앓는 지구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할 방법부터 찾아야 합니다.
[2020년 최대 이슈는 '화성 탐사' 미국·유럽·중국서 계획 중]
외계 행성에 갈 수 있는 길은 아직 요원하지만, 그 대안으로 태양계 안에 있는 화성에 보금자리를 만들자는 제안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화성 탐사 열기가 대단할 전망입니다. 과학 잡지 네이처는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이슈로 '화성 탐사'를 꼽을 정도죠.
26개월을 주기로 태양, 지구, 화성이 일직선상에 놓이는데, 올해 10월 그런 일이 나타납니다. 이때에 맞춰 화성에 우주선을 보내면 비행거리가 짧아져 연료를 크게 절약할 수 있습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올해 화성 탐사 로봇 마스(Mars) 2020을 발사합니다. 화성에서 채취한 토양 시료를 보관했다가 지구로 보내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입니다. 유럽우주국(ESA)도 탐사 로봇 엑소마스(ExoMars) 2020을 보내고, 중국은 훠싱(火星) 1호를 발사합니다.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 X를 운영하는 일론 머스크는 2017년 학술지에 낸 보고서에서 1000회까지 재사용 가능한 로켓과 행성 간 교통 시스템 우주선을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핵융합기술로 화성에 2개의 인공 태양을 만들어 사람들이 살 만한 환경을 만들겠다고도 했지요. 그리고 그 실현 시기를 이르면 2022년이라 했으니, 조금 더 기다려 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