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22] 우리말 눈 이름

입력 : 2020.01.09 03:03
이번 겨울에는 지금까지 큰눈 소식이 별로 들려오질 않았어요. 겨울 날씨치고는 예년보다 따뜻하기 때문이라고 해요. 2020년 새해를 맞아 펄펄 내리는 눈을 기다리며 예쁜 우리말 눈 이름을 알아봅시다.

먼저 눈이 내리는 모양을 나타내는 낱말로 가랑눈, 싸라기눈, 소나기눈, 함박눈 등이 있어요. 가랑눈은 '조금씩 잘게 내리는 눈'을 뜻해요. 가늘게 내리는 비를 '가랑비', 바스락거리며 잘게 부서지는 바싹 마른 갈잎을 '가랑잎'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지요. 비슷한 말로는 한자어 분설(粉雪), 세설(細雪)이 있어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싸라기눈은 '빗방울이 갑자기 찬 바람을 만나 얼어 떨어지는 쌀알 같은 눈'을 뜻해요. 비슷한 말로 '싸라기', 준말로 '싸락눈'이 있어요. 지역에 따라 '쌀눈, 싸리눈, 사랑눈, 반쌀눈' 등으로 부르기도 하지요. 소나기눈은 '갑자기 세차게 쏟아지다가 곧 그치는 눈'을 뜻해요. 비슷한 말로는 한자어 '폭설(暴雪)'이 있고, 준말로는 '소낙눈'이라고 해요.

함박눈은 '굵고 탐스럽게 내리는 솜 모양 눈'을 함박꽃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에요. 지역에 따라 '솜눈, 함팡눈, 함빡눈, 퍽개눈, 영감눈' 등 여러 이름으로 불러요. '송이눈'이라는 옛말도 있답니다.

다음으로 모양과는 무관하게 눈의 특징을 나타내는 낱말로 도둑눈, 자국눈 등이 있어요. 도둑눈은 '밤사이에 사람들이 모르게 내린 눈'을 뜻해요. 비슷한 말은 한자어 '도적(盜賊)눈'이 있어요. 자국눈은 '겨우 발자국이 날 만큼 적게 내린 눈'을 뜻해요. 비슷한 말로는 한자어인 박설(薄雪)이 있어요. 새해 1월에는 어떤 눈이 내릴까요? 눈이 내리면 잘 살펴보고 오늘 익힌 예쁜 우리말 눈 이름으로 불러봅시다.

〈예시〉

―올겨울에는 서울에 가랑눈만 몇 번 내렸을 뿐 아직 눈다운 눈은 한 번도 내리지 않았다.

―오전에 비가 왔는데, 오후에 기온이 뚝 떨어지더니 싸라기눈이 날리기 시작했다.

―밤새 함박눈이 내려 온 세상이 동화 속 마을처럼 변했다.

―새벽에 내린 소나기눈으로 도로 곳곳이 갑자기 막혔다.

―아침에 눈을 뜨니 마당에 푸짐한 도둑눈이 가득 쌓여 있었다.

―자국눈이 내린 운동장에 누군가의 발자국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류덕엽 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