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이야기] 1748년 출간돼 '삼권분립' 처음 주장… 美 헌법에 영향 미쳐

입력 : 2020.01.08 03:00

몽테스키외 '법의 정신'

모든 존재는 그들의 법을 갖는다. 신들도 그들의 법을 갖고 있다. 물질세계에도 그것의 법이 있다. 인간들도 그들의 법이 있다.

프랑스 계몽사상가이자 정치철학자 샤를 루이 드 세콩다 몽테스키외(1689~1755)가 1748년 출간한 '법의 정신'은 '삼권분립'을 가장 먼저 주장한 책이에요. 삼권분립, 즉 입법권·사법권·행정권의 분립은 근대 헌법과 법치주의의 근간이 되는 정신입니다. 몽테스키외는 유럽 거의 모든 나라를 여행하며 각 나라의 풍습과 제도는 물론 자연현상까지 살폈어요. 또 군주정과 전제정, 공화정 등 다양한 정치체제를 무려 20여년 동안 비교·연구해 '법의 정신'을 집필했습니다.

프랑스 계몽사상가이자 정치철학자인 샤를 루이 드 세콩다 몽테스키외 초상화(왼쪽)와 그가 1748년 출간한 '법의 정신'(오른쪽).
프랑스 계몽사상가이자 정치철학자인 샤를 루이 드 세콩다 몽테스키외 초상화(왼쪽)와 그가 1748년 출간한 '법의 정신'(오른쪽). /위키피디아
몽테스키외가 말하는 법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법전(法典)의 조항 하나하나가 아니에요. 그는 법을 그 나라의 "풍토나 풍속, 국민의 생활양식, 종교 등 여러 현상과 조건이 맺는 필연적 관계"라고 정의했어요. 즉 한 나라의 풍토나 생활양식, 종교는 반드시 얽혀 서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관계가 바로 법이라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런 관계를 바탕으로 형성된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려는 생각이 바로 '법의 정신'입니다.

몽테스키외는 대부분의 사회에서 인간은 누구나 권력을 쥐고 싶어 하고, 작은 권력이라도 쥐면 그것을 남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어요. 유럽 사회, 고대 로마와 중국의 정치체제 등 다양한 사회를 관찰한 몽테스키외의 통찰이었죠. 나아가 그는 권력이 집중된 행정부의 권한을 나누고 나뉜 권력들이 서로 감시하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이전까지는 거의 모든 체제에서 행정부가 입법과 사법의 권한까지 독점했는데, 그 권한을 나눠 시민의 정치적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게 '법의 정신'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책은 28년 뒤인 1776년 독립을 선언한 미국이 세계 최초로 삼권분립을 명문화한 연방헌법을 제정하는 데 영향을 주기도 했어요.

몽테스키외는 교육법, 여성의 지위, 상업 등 실생활과 밀접한 일들을 사례로 많이 들고 있어요. 그는 상업의 본질은 "여분 물자를 유용하게 하고, 유용한 것을 필요하게 만드는 것"인데, 국가는 "상업을 통해 더 많은 신민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상업도 결국 법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 들어 있다는 겁니다.

법이 유명무실한 시대를 살고 있다고들 합니다. 자기에게 유리한 대로 해석하는 일도 많은 요즘이죠. 그럼에도 우리 곁에는 늘 법이 존재하고, 시민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동석 출판평론가·'뉴 필로소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