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고기는 '쫀득'하고 죽순은 '아삭'… 짜장면처럼 중국에는 없는 중식
입력 : 2020.01.08 03:00
유산슬
중식당 메뉴판에 항상 있었지만 별다른 존재감 없던 요리 유산슬(溜三絲·사진)이 때아닌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방송인 유재석이 트로트 가수로 데뷔하면서 자신의 예명을 '유산슬'로 짓고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덩달아 화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국내 중식 요리사들로 구성된 한국중식연맹은 '중화요리계의 소외된 메뉴 유산슬 대중화에 기여했다'며 유재석에게 감사장을 주기도 했습니다. 여경래 한국중식연맹 회장은 "유재석씨가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활동을 시작한 이후 유산슬에 새삼 관심을 갖고 주문하는 손님이 크게 늘었다"고 했습니다.
- ▲ /게티이미지뱅크
또 다른 중식 요리 팔보채(八寶菜)를 유산슬과 헷갈려 하는 이가 많습니다. 재료나 소스가 유산슬과 비슷하죠. 하지만 재료를 채 썰지 않고 큼직하게 썬다는 점이 다릅니다.
유산슬은 중식 요리지만 정작 중국에서는 찾기 어렵습니다. 윈난성(雲南省)과 구이저우성(貴州省)에서 먹는 감자·고구마·호박 등을 가늘게 썰어 기름에 볶아 소금·설탕·식초로 맛을 낸 추류산스(醋溜三絲)가 그나마 비슷하지만, 소박하고 평범한 밥 반찬이지 국내 중식당의 유산슬과는 매우 다릅니다. 유산슬은 짜장면이나 짬뽕처럼 한국의 중식 요리사들이 한국인 입에 맞게 재해석한 요리입니다.
여경래 회장은 "한국의 중식은 쓰촨요리, 광둥요리처럼 하나의 독립된 중식의 갈래로 봐야 한다"며 "'한중차이(韓中菜)'라고 부르자"고 제안했습니다. 채(菜)란 한자는 채소나 나물 따위를 뜻하지만, 중국에서는 뜻이 확장돼 '음식'을 총칭하는 뜻으로도 쓰여요. 중국 요리를 '쭝궈차이(中国菜)'라고 부르니 짜장면·짬뽕·유산슬 같은 한국식 중국 요리는 '한중차이'라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