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러시아 알타이·우랄산맥 여행하며 숲속 동물들 실제 생활 포착했어요

입력 : 2020.01.07 03:07
숲속 동물들의 사계절

숲속 동물들의 사계절

표트르 바긴 글·그림|이상원 옮김
뜨인돌어린이|56쪽|1만5000원

'먹이사슬'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거예요. 풀을 먹는 초식동물을 육식동물이 잡아먹고, 육식동물은 또 상위 포식자가 잡아먹고, 죽으면 모두 흙으로 돌아가 다시 풀로 자라나는 삼각형 모양의 그림으로 표현하곤 하죠. 틀린 그림은 아니지만, 그 속에는 구체적인 동물이 잘 그려져 있지 않아요. 그럼 어디에 잘 그려져 있을까요? 이 책을 보세요.

이 책을 쓰고 그린 표트르 바긴은 1938년 러시아에서 태어났어요. 러시아 북부의 알타이산맥과 우랄산맥을 여러 번 여행하면서 깊은 사랑과 뛰어난 관찰력으로 자연을 보고 그려냈지요.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동물들을 오래오래 기억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해요.

숲속 동물들의 사계절 책 속 일러스트
/뜨인돌어린이

1년 열두 달의 풍경이 병풍처럼 펼쳐져요. 12월에 여우는 눈 속에 파고들어가 잠자는 멧닭을 잡기 위해 귀를 기울이며 찾아다니지요. 3월이 되면 오랜 잠에서 깨어난 곰은 새끼 곰을 데리고 개미집을 부숴서 개미와 알, 애벌레를 먹고, 월귤을 따 먹으며 정신을 차려요. 5월이 되면 두꺼비와 개구리는 서둘러 따뜻해진 물속에 알을 낳고, 알은 곧 올챙이가 되지요. 7월이 되면 덩치가 커진 새끼 새들을 위해 어미 새들이 열심히 먹이를 잡아 날라요. 파란 물총새는 물속으로 들어가 물고기를 잡은 뒤, 잡은 물고기를 나무에 내리쳐 기절시켜 둥지로 가져가요. 10월이 되면 모래장지뱀도, 밭쥐도 굴 속으로 들어가요. 겨울잠을 잘 때가 되었거든요. 이 같은 숲속 세상의 사계절은 매년 비슷한 모습으로 반복되지요.

이 책에 나오는 동물들의 이름을 다 알지는 못할 거예요. 이색땃쥐나 웃는개구리처럼 난생처음 보는 이름의 동물들도 많이 나오거든요. 그래도 보다 보면 이웃처럼 친숙해져요. 다들 열심히 조화롭게 사는 풍경은 찬찬히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볼 게 많아요. 이 책을 보고 나면 먹이사슬이 어떤 의미인지 더 잘 알게 될 거예요.


박사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