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김유겸의 스포츠로 세상 읽기] 결승선 직전 '이겼구나' 생각하면… 기쁨 호르몬 나오며 몸도 쉴 준비
입력 : 2020.01.07 03:05
막판에 역전 당하는 이유
지난 12월 31일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15㎞ '세인트 실베스터 로드 레이스'에서 간발의 차이로 우승자가 바뀌었습니다. 마지막 100m를 남기고 우간다의 제이컵 키플리모는 2위 주자인 케냐의 키비옷 칸디에보다 10m 가까이 앞서 있었어요. 그런데 30m를 남기고 칸디에는 막판 스퍼트를 합니다. 키플리모가 결승선 앞에서 두 팔을 드는 세리머니를 하려는데 칸디에가 치고 나가면서 1위를 차지했어요. 세인트 실베스터 로드 레이스는 매년 마지막 날 한 해를 마무리하며 열리는 100년 가까이 된 유서 깊은 대회입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새해 교훈을 준 셈입니다.
- ▲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세인트 실베스터 로드레이스’에서 케냐의 키비옷 칸디에(오른쪽)가 결승선에 들어서기 직전 우간다의 제이컵 키플리모를 추월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는 말은 너무 익숙해서 마음에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막판에 이겼다고 방심하기도 하고, 승리가 확실하다고 생각하면 처음 같은 투쟁심이 발휘되지 않아요. '이제 힘 안 빼도 돼' '적당히 하면서 자랑도 좀 하고'라고 생각하게 되죠.
특히 이 과정에서 우리 뇌가 핵심 역할을 합니다. 곧 있을 승리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우리 뇌는 실제 승리한 것과 똑같은 반응을 보입니다. 심리학계 연구로 거듭 확인된 내용인데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별하지 않습니다. '상을 실제로 받았을 때'와 '상을 받는 상상을 했을 때', 두 경우 모두 뇌의 같은 부위가 활성화됩니다. 기쁨 호르몬이라고도 하는 도파민 분비도 같이 늘어나죠. 현실이나 상상이나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그래서 '이겼구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뇌가 그리고 그에 따라 몸도 경기를 끝내고 쉴 준비를 합니다. 승리가 눈앞에 아른거리는 순간부터,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는데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겁니다.
이제 아시겠죠. 경기를 제대로 마무리짓지 못하는 선수가 특별히 문제가 있거나 바보 같은 게 아닙니다. 지극히 인간적이죠. 오히려 마지막 순간까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선수가 대단하다고 칭찬받아야 하고요. 끝까지 최선을 다하기.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이지만, 반복해서 다짐하고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실천하긴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