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800만년 전 처음 등장… 여러 품종 섞여 밀감·오렌지 탄생

입력 : 2020.01.03 03:05

감귤류

만다린. /게티이미지뱅크
만다린. /게티이미지뱅크
겉면이 조금 울퉁불퉁하면서도 윤기가 나는 귤은 보기만 해도 새콤한 과즙 맛이 떠올라 입에 침이 고입니다. 주황빛 껍질을 쓱쓱 벗겨 내면 여러 알갱이가 동그랗게 붙어 있는 겉면에 하얀 실 같은 섬유질인 '귤락'이 보여요. 이렇게 예전에는 겨울철이면 귤 한 상자 사다가 한 개씩 껍질을 까서 알갱이를 떼어 먹으며 방학을 보내곤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사계절 저마다 다른 생김새와 식감을 갖고 있고 다양한 맛을 내는 감귤류(citrus) 열매를 먹을 수 있답니다. 대표적인 감귤류 열매인 '귤' '오렌지' '자몽' 외에도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같이 새로운 품종이 계속 나오고 있어요.

감귤류는 머나먼 과거에 하나의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습니다. 과학자들은 화석과 유전자 분석 근거를 토대로 감귤류 최초의 조상이 중국 남서부의 윈난(雲南)성과 미얀마, 인도 북동부 히말라야 일대에서 약 800만년 전 발생했다고 보고 있어요. 감귤류의 조상은 기후가 온난해지면서 지구 내 생물종이 많이 늘어나는 약 600만년 전 곳곳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진출한 방향에 따라 품종이 변화하기 시작했죠. 동쪽으로는 '만다린', 동남쪽으로는 '금귤', 남쪽으로는 '포멜로', 남서쪽으로는 '파페다', 서쪽으로는 '시트론'으로 분화됐다는 겁니다.

그러나 초기의 감귤류가 지금 오렌지나 귤처럼 누구나 좋아하는 맛은 아니었어요. 만다린은 크기가 작고 껍질이 얇아 벗겨 먹기는 쉬웠지만, 맛은 시큼했어요. 금귤은 만다린과 비슷하게 껍질이 얇았지만 크기가 너무 작고 중심부가 너무 시었어요. 포멜로는 반대로 껍질이 두꺼워 벗기기가 어려웠고, 맛도 싱거웠어요. 파페다는 쓴맛이 많이 났고, 시트론은 향이 강했지만 아주 시었어요.
같은 감귤류인데 만다린(위 사진)은 껍질을 벗기기 쉽지만 시고, 포멜로(왼쪽 사진)는 껍질이 두꺼워 먹기 어려웠습니다. 귤과 오렌지는 두 품종이 섞여 만들어졌죠.
같은 감귤류인데 만다린(위 사진)은 껍질을 벗기기 쉽지만 시고, 포멜로(아래)는 껍질이 두꺼워 먹기 어려웠습니다. 귤과 오렌지는 두 품종이 섞여 만들어졌죠. /위키피디아
감귤류는 서로 다른 감귤 종류끼리 유전적 조합이 이뤄지면서 지금처럼 사랑받게 됩니다. 품종이 자연적으로 섞이기도 했고, 의도적으로 품종을 개량한 사례도 있었죠. 그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만다린과 포멜로의 유전자 조합입니다. 껍질을 벗기기 쉽다는 만다린의 장점과 달콤한 맛을 자랑하는 포멜로의 장점을 살려 다양한 감귤류를 개발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요. 대표적인 예가 오렌지입니다. 오렌지는 유전자 구성이 포멜로 42%, 만다린 58%인데요, 귤보다 껍질이 두껍긴 하지만 포멜로만큼 두껍진 않고, 과육은 만다린처럼 시지 않고 단맛이 일품입니다. 오렌지는 기원전 중국의 문학에서부터 언급될 정도로 역사가 깊답니다.

또 우리가 흔히 먹는 제주도산 밀감(온주밀감)은 유전자 구성이 포멜로 20%, 만다린 80%입니다. 한라봉이나 천혜향과 같은 새로운 품종은 오렌지와 온주밀감 교잡종에서 유래돼 포멜로 비율이 조금 더 높습니다. 자몽은 자메이카산 오렌지와 동남아시아산 포멜로의 교잡종입니다.



최새미 식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