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새먼의 국제뉴스 따라잡기] 최첨단 드론까지 동원해도… '두더지 게임'처럼 도돌이표

입력 : 2020.01.03 03:09

[美 '테러와의 전쟁']

美, 전투기·드론 등 전투기술 발전… 미군·민간 피해없이 테러리스트 제거
아프리카에서만 수백명 제거했지만
잡아도 계속 나오는 두더지 게임처럼 테러리스트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죠

2019년이 끝나가는 연말에도 안타까운 테러 소식이 뉴스 지면을 장식했습니다. 12월 28일 아프리카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 알샤바브가 폭탄 테러를 일으켜 최소 79명이 사망했습니다. 소말리아에 주둔 중인 미군은 이에 세 차례 공습을 감행, 얄샤바브 조직원 4명을 제거했습니다.

지난해 4월 미군 아프리카 사령부는 "2017년 4월부터 2년 동안 110회의 공습을 통해 800여명의 테러리스트를 제거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9일 "알샤바브는 지난 수년간 점령지 상실, 미군의 공습 강화 등에도 회복력을 입증했다"고 했죠. 사실 소말리아뿐 아니라 중동 여러 지역에서 테러는 미국의 막대한 국방비 투입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21세기 들어 미국은 능숙한 외과 의사처럼 테러리스트를 제거하고 있습니다. 휴민트(사람들을 통한 정보 수집), 위성을 통한 정찰, 모바일 기기 추적과 해킹 등을 통해 테러리스트 위치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전투기나 드론(무인기)을 통해 유도미사일로 타격합니다. 테러리스트는 자길 공격하는 미사일이 어디서 날아왔는지도 모르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죠. 무기가 점점 발달하면서 이전의 공습과 달리 테러리스트만 공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민간인이 죽거나 다치는 일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12월 28일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가 폭탄 테러를 일으킨 현장입니다. 이 테러로 최소 79명이 숨졌습니다.
12월 28일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가 폭탄 테러를 일으킨 현장입니다. 이 테러로 최소 79명이 숨졌습니다. /신화 연합뉴스

미군 입장에서도 목숨을 걸고 사선에 나서지 않아도 됩니다. 특히 드론을 조종하는 군인은 수천㎞ 밖에서도 원격으로 테러리스트를 공격합니다. 병사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안전한 임무 수행은 없겠죠. 미국은 갈수록 이런 원거리 타격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미군 사상자가 최소화되니까요. 민주주의 사회는 군인의 생명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해외 파병한 미군이 주검으로 돌아오면 정부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겠죠. 그 정부는 어떤 선거에서도 이기기 어려워질 겁니다.

공습만큼 안전하지는 않지만 미국은 특수부대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인질 구출, 전술적 요충지 확보, 요인 암살 등에서 여전히 특수부대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것도 미국 특수부대였죠.

전투기와 드론을 이용한 공습, 특수부대 투입은 합쳐졌을 때 엄청난 시너지를 냅니다. 언론은 공습 작전, 특수부대 암살·구출 작전 등의 성과를 끊임없이 보도하며 미국인의 애국심을 자극합니다. 미군의 테러와의 전쟁에서의 활약은 영화, TV 프로그램, 소설, 심지어 컴퓨터 게임에서까지 '인기 상품'입니다.

군인은 거의 다치지 않고, 테러리스트는 계속 줄어드니까 테러는 갈수록 줄어야 하겠죠. 그러나 소말리아 테러는 꼭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사실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은 끝없는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변하고 있습니다. 구멍에서 두더지가 머리를 내밀면 망치로 내려치는 바로 그 게임요. 두더지 머리를 망치로 때려도 다른 구멍에서 두더지가 머리를 내미니까 계속 망치를 휘둘러야 하는 상황입니다.

테러리스트는 왜 생겨날까요. 나쁜 본성을 가지고 태어나 사람을 죽이며 쾌감을 느끼는 악당이 테러리스트가 되는 걸까요? 물론 영화나 소설 등에서는 테러리스트를 이런 악당으로 단순하게 묘사하고는 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테러리스트는 정치·경제·사회·종교적 이유가 뒤섞여 생겨납니다. 장기적이고 점진적인 해결책이 필요하죠. 그렇지만 지금 미국의 대(對)테러 전략은 이런 본질적 문제를 겨냥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결과 생겨나는 테러리스트를 제거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고 있죠.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베트남전에서 미국은 100만명에 가까운 베트콩을 사살합니다. 미군은 약 6만명이 목숨을 잃었죠. 그렇지만 결국 전쟁에서 패배했던 건 미국이었습니다. 전쟁은 누가 누구를 얼마나 죽였는지로 승패가 갈리지 않습니다. 테러리스트가 생겨나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인명 손실 없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테러리스트를 제거하는가'만 따져서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겁니다. 미국은 테러리스트를 효율적으로 제거하고 있지만, 이 전술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 전략인지는 의문이 듭니다.

'테러와의 전쟁' 이전에 '마약과의 전쟁(the war on drugs)'이 있었습니다. 미국은 미국 내 마약 사범은 철저하게 처벌했지만 미국에 마약을 내다 파는 국가들이 마약을 만들지 않도록 공급을 차단하는 정책은 제대로 펼치지 못했습니다. 결국 마약과의 전쟁은 실패했죠. 지금 같은 방식이라면 테러와의 전쟁 역시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앤드루 새먼·동아시아타임스 동북아 특파원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