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21] '박이다'와 '박히다'

입력 : 2020.01.02 03:00
*마디마디 못이 (박인, 박힌) 할머니의 손

*다이아몬드가 (박인, 박힌) 결혼반지를 받았다.

*그는 개인주의적 사고가 뼛속까지 (박인, 박힌) 사람이다.

[예쁜 말 바른 말] [121] '박이다'와 '박히다'
/그림=정서용
위 문장 빈칸에 들어갈 말을 잘 골라 보세요. 정답은 '박인' '박힌' '박힌'입니다. 세 문장 모두 '박힌'이라고 답한 분이 많을 것 같은데요, 국어 전공자도 틀리기 쉬운 '박이다'와 '박히다'의 차이를 정확히 알아봅시다.

'박이다'는 첫째, '버릇, 생각, 태도 따위가 깊이 배다'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면 '아침마다 생수를 마시는 습관이 몸에 박여 있다'와 같이 써요. 둘째, '손바닥, 발바닥 따위에 굳은살이 생기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굳은살 박인 이발사의 손을 바라보았다'와 같이 써요. '인이 박이다'라는 관용구는 '사람이 어떤 일에 습관이 들어 끊을 수 없을 정도로 몸에 아주 배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동사 '박다'가 원형인 '박히다'는 첫째 '두들겨 치거나 틀어서 꽂히게 하다'라는 뜻이 있어요. '말뚝이 땅에 박히다'와 같이 쓰지요. 둘째, '잘 떨어지지 않게 굳게 붙다'라는 뜻으로 '자개가 박힌 장롱'과 같이 써요. 셋째, '속이나 가운데에 들여 넣다'라는 뜻으로, '옷장 속에 아무렇게나 박혀 있는 옷들'과 같이 쓸 수 있어요. 그 밖에도 '자기 쪽 사람을 은밀히 넣어두다' '한곳을 뚫어지게 바라보다' '사람이 한곳에 들어앉아 나가지 아니하는 상태를 계속하다' '어떤 모습이 머릿속이나 마음속에 인상 깊이 새겨지다' '머릿속에 어떤 사상이나 이념 따위가 깊이 자리 잡다' '행동이나 생활이 딱딱하게 느껴질 정도로 규격화되다' 등의 뜻으로도 쓰입니다.

박이다는 박다의 피동사(박히다)가 아닌 별도의 낱말이라는 걸 기억하세요.


〈예시〉


―아버지의 손은 굳은살이 박여 나무껍질처럼 단단했다

―아빠는 주말마다 등산하는 버릇이 몸에 박여 이제는 포기할 수 없다고 하신다.

―할아버지는 "이제는 인이 박여 담배를 끊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금연하겠다고 손자들 앞에서 다짐하셨다.

―삼촌은 틀에 박힌 직장 생활이 체질에 맞지 않는다며 프리랜서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

―"재능 중 으뜸의 재능은 노력"이라는 말이 가슴속에 강하게 박혀 있다.



류덕엽 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