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내일이면 2020년 새해가 시작합니다. 사모아 제도에 있는 사모아 독립국은 키리바시공화국과 함께 지구에서 가장 시각이 빠른 시간대에 있어 새해를 가장 빨리 맞습니다. 그런데 같은 사모아 제도에 있는 미국령 사모아는 지구에서 시각이 가장 느립니다. 그래서 이런 게 가능합니다. 사모아독립국에서 2020년 새해 해돋이를 보고, 20분만 동쪽으로 비행해 미국령 사모아로 가면 그날 오후 2019년의 마지막 해넘이를 볼 수 있어요. 날짜변경선이 사모아독립국과 미국령 사모아 사이에 있어서 가능한 일이죠. 표준시가 가장 빠른 섬과 표준시가 가장 느린 섬이 이웃하는 겁니다.

사모아 제도는 서쪽의 사모아 독립국과 동쪽으로 164㎞ 떨어진 미국령 사모아로 나뉩니다. 19세기 후반,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사모아 제도를 차지하기 위해 독일, 미국 등이 다툼을 벌였어요. 결국 1899년 회담을 통해 서경(西經) 171도를 기준으로 독일은 서쪽을, 미국은 동쪽을 차지합니다. 독일령 서(西)사모아는 이후 뉴질랜드에 넘어갔다가, 1962년 독립해 1992년 국명을 사모아 독립국으로 바꿉니다. 면적은 2842㎢로 제주도(1849㎢)의 1.5배가량입니다. 약 21만 명의 사람이 살고 있어요. 반면, 동(東)사모아는 여전히 미국령으로 남아 '미국령 사모아'로 불립니다. 면적은 199㎢로 약 6만 명이 살고 있어요.

2011년까지만 해도 동·서 사모아는 모두 표준시가 가장 느린 지역이었어요. 그런데 사모아 독립국은 2011년 12월 30일 하루를 건너뛰며 새해를 가장 빨리 맞이하는 장소가 됐어요. 날짜변경선도 이에 맞춰 사모아 독립국과 미국령 사모아 사이를 지나가게 되었고요. 사모아 독립국은 미국령 사모아보다 24시간이 빨라졌지요.

사모아 독립국이 날짜를 바꾼 것은 경제적 효과 때문이에요. 서쪽에 있는 오세아니아, 아시아와 교역이 늘어나며 굳이 멀리 있는 미국과 날짜를 맞출 필요가 없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