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주은의 미술관에 갔어요] 그리운 과거, 안타까운 현재… 중동 작가들이 표현한 고향
입력 : 2019.12.28 03:03
[서울시립미술관 '고향'展]
이라크·시리아 등 중동 국가 대부분… 종교 갈등, 국경 문제로 정세 불안정
'고향으로 돌아감' 적힌 교통 표지판, 전쟁 전 고향에 대한 그리움 표현
결혼식 예복 만들던 풍습 그린 부조, 고향 잃은 팔레스타인 작가 작품
성탄절에 이어 연말연시가 찾아오면 고향에 가서 가족과 함께 보내려는 사람들로 공항과 기차역이 북적대지요. 하지만 누구에게나 언제든 원하면 돌아갈 수 있는 마음 푸근한 고향이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서소문에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내년 3월 8일까지 '고향'이라는 전시를 하고 있어요. 이 전시에서는 편안한 고향이 아니라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는 고향을 가진 사람들의 심정을 현대 미술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시는 중동 여러 나라를 다룹니다. 이란, 이라크,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등이지요. '아라비안나이트'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알라딘'에서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날아다니는 주인공들의 무대라고 하면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질까요?
이 지역은 건조해서 사막을 걸어 다니는 낙타를 볼 수 있고, 대부분의 사람은 이슬람교를 믿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나가는 아랍어를 써요.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유대교를 믿는 사람들과 이슬람교 사람들이 서로 어우러지지 못했고, 이슬람 내부에서도 각기 다른 파(派)로 나뉘어 크고 작은 다툼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대인의 나라 이스라엘이 세워지면서 국경 문제와 종교 갈등도 더 심각해졌습니다. 지금 이스라엘 땅에 살던 팔레스타인 원주민 입장에서는 난데없이 고향을 내줘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그렇다고 마침내 유대 민족의 국가 이스라엘을 세운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원주민 사정을 봐주기도 어려웠죠. 이 과정에서 많은 팔레스타인 원주민은 난민이 됩니다.
전시는 중동 여러 나라를 다룹니다. 이란, 이라크,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등이지요. '아라비안나이트'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알라딘'에서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날아다니는 주인공들의 무대라고 하면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질까요?
이 지역은 건조해서 사막을 걸어 다니는 낙타를 볼 수 있고, 대부분의 사람은 이슬람교를 믿고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써나가는 아랍어를 써요.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유대교를 믿는 사람들과 이슬람교 사람들이 서로 어우러지지 못했고, 이슬람 내부에서도 각기 다른 파(派)로 나뉘어 크고 작은 다툼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대인의 나라 이스라엘이 세워지면서 국경 문제와 종교 갈등도 더 심각해졌습니다. 지금 이스라엘 땅에 살던 팔레스타인 원주민 입장에서는 난데없이 고향을 내줘야 할 상황이 됐습니다. 그렇다고 마침내 유대 민족의 국가 이스라엘을 세운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 원주민 사정을 봐주기도 어려웠죠. 이 과정에서 많은 팔레스타인 원주민은 난민이 됩니다.
- ▲ 작품 1- 라이드 이브라힘, ‘Back Home’, 2019. /서울시립미술관
- ▲ 작품 2 - 무니라 알 솔, ‘아랍어로 된 갈증의 뉘앙스’, 2019. /서울시립미술관
작가는 '더러운 물을 마다치 않을 정도니 얼마나 목이 말랐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아랍어로 갈증을 뜻하는 단어를 종이에 적어 병에 붙였습니다. 가벼운 목마름에서 죽음에 이를 정도의 목마름까지 아랍어에는 갈증을 묘사하는 낱말이 7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사막 기후로 건조한 지역이라 갈증이 곧 생명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언어를 통해 알 수 있지요.
- ▲ 작품 3 - 무니라 알 솔, ‘전 농부들에게 이발만 해드렸을 뿐인데, 그들은 자정까지 일을 하며 제게 호의를 베풀었지요’, 2015. /서울시립미술관
- ▲ 작품 4 - 압둘 헤이 모살람 자라라, ‘압둘 헤이 어머니의 집’, 1990. /서울시립미술관
- ▲ 작품 5 - 아메르 쇼말리, ‘깨진 결혼식’, 2018. /서울시립미술관
각각의 실타래를 개개인이라고 보면 어떨까요. 흔히 우리는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실로 표현합니다. 인연이라는 끈으로 이어진 사람은 '우리'라는 공동체로 연결돼 살아가죠. 그러나 1300개의 실타래로 만든 이 작품에서 실은 각각의 실타래에 감겨있을 뿐 서로 연결되고 얽혀 직물을 만들지 않습니다.
고향을 잃은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 혼자 살아갑니다. 이웃이 없는 이들의 삶을 그저 홀로 남아있는 각각의 실타래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