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산타가 정말 있냐'는 소녀 편지에 뉴욕의 신문사가 내놓은 대답은?

입력 : 2019.12.27 03:07
산타클로스가 정말 있나요?

산타클로스가 정말 있나요?

프란시스 처치 글·김점선 그림|장영희 옮김|북뱅크|44쪽|8500원

"친구들이 산타클로스가 없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인가요?" 지금부터 122년 전인 1897년 여덟 살 미국 소녀 버지니아가 아버지에게 물어봅니다. 잠시 당황한 버지니아의 아버지는 묘안을 냅니다. "신문사에 물어보자꾸나." 버지니아는 아버지 말대로 미국 뉴욕의 신문사 '선(The Sun)'에 편지를 보냅니다.

버지니아의 편지를 받은 신문사 기자 아저씨들은 어떻게 했을까요. 바빠 죽겠는데 쓸데없는 편지가 왔다고 화를 내지는 않았을까요. 신문사 기자 아저씨들은 버지니아의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 진지하게 고민합니다. 그리고 편집 회의를 거쳐 신문 지면 사설란에 답을 싣기로 합니다. 신문 사설은 글을 쓰는 기자 개인이 아니라 신문사 전체 의견이나 주장을 담은 글이죠. 따라서 신문에서 가장 중요한 코너입니다. 신문사에서 경험이 많고 지혜롭다고 평판이 자자했던 프란시스 처치 기자가 글을 씁니다.

편지를 보내 ‘산타클로스가 있느냐’고 물어본 버지니아 오핸런(왼쪽)과 그에 사설로 답한 프란시스 처치.
편지를 보내 ‘산타클로스가 있느냐’고 물어본 버지니아 오핸런(왼쪽)과 그에 사설로 답한 프란시스 처치. /NEWSEUM

책 '산타클로스가 정말 있나요?'는 바로 이때 신문에 실린 편지 형식 사설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마치 동화 같은 이야기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신문사는 버지니아에게 과연 어떻게 대답해 주었을까요? 사설은 "버지니아야, 산타클로스는 정말 있단다. 이 세상에 사랑과 믿음과 착한 마음이 존재하는 것처럼 산타클로스는 분명히 있단다"라고 답합니다. 처치 기자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모두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이며, 그래서 그런 것은 머리가 아니라 마음의 눈으로 봐야만 볼 수 있다'고 썼어요. 어때요. 이보다 더 지혜롭고 아름다운 대답이 있을까요? 이 글은 1949년 뉴욕 '선'이 폐간할 때까지 매년 크리스마스 때마다 신문에 실렸다고 합니다. 편지를 보낸 버지니아와 답을 쓴 처치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신문 사설은 또 하나의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되어 우리 곁에 살아있습니다.


김성신·출판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