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침팬지도 우울할까? 닭도 아플까? 다윈·데카르트의 대답 들어보세요

입력 : 2019.12.17 03:07
동물원에서 시작하는 사회탐구

동물원에서 시작하는 사회탐구

김성환 지음|다른|272쪽|1만4500원

어제 맛있게 먹은 치킨, 그런데 닭은 도살될 때 고통을 느꼈을까요? 엉뚱하지만 중요한 질문입니다. '인간이 아닌 동물도 마음이 있을까?'라는 질문이니까요. 이런 질문에 대해 유명 학자·철학자도 각자 답이 다르거든요. 진화론을 설파했던 찰스 다윈은 '닭이 고통을 느낀다'고 답하고,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못 느낀다'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다윈은 동물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고, 데카르트는 사람만 마음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서울대 철학과에서 데카르트를 전공한 저자는 이렇듯 동물들의 행동이나 습관을 먼저 관찰하고, 이어서 질문을 던집니다. '앵무새에게 언어능력이 있을까' '침팬지도 우울증을 앓을까' '파충류에게도 감정이 있을까'같이요. 그리고 다윈과 데카르트의 가상 설전을 통해 동물의 마음도 사람처럼 3가지 능력이 있는지 알아보죠. 동물의 마음도 사람처럼 '의식 능력' '언어 능력' '공감 능력'이 있느냐는 겁니다. 다윈과 데카르트와 함께 동물원을 걸으며 두 사람의 대화를 듣는 느낌이 듭니다. 단지 철학적 논의에 그치지 않고, 현대 과학의 성과를 빌려 동물의 마음을 관찰하고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죠.

침팬지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한발 더 나아가 '동물도 마음이 있을까?'라는 오래된 질문이 요즘 주목받는 인공지능(AI)과도 연결된다는 걸 알려줍니다. 2000년도 더 전에 살았던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동물과 인간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라고 물었죠. 이제는 인간과 AI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가 관심사입니다. 저자는 역시 AI도 '인지 능력' '언어 능력' '공감 능력'이 있는지 살피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합니다. '사람의 마음에 공감하는 AI가 가능할지' 'AI가 새로운 문장을 창조할 수 있을지'와 일맥상통합니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연구했던 철학이 21세기 최첨단 AI를 이해하는 틀을 제공하는 겁니다. 인간과 동물의 경계에 AI의 열쇠가 있습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