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120년 전 꽁꽁 언 두만강 건너 북간도로 간 소녀의 이야기

입력 : 2019.12.13 03:00
'고만녜, 백년 전 북간도 이야기'
고만녜, 백년 전 북간도 이야기|문영미 글·김진화 그림|보림|30쪽|1만6000원

100년 전이라고 하면 어마어마하게 오래된 옛날 같지만, 또 생각하면 그리 먼 옛날도 아니에요. 100세 할머니가 태어나 어린아이로 자라던 때 이야기죠. 엄마의 할머니, 즉 증조할머니가 겪은 시대라고 생각해보세요.

북간도(두만강 북부의 만주 땅)라면 또 굉장히 먼 곳 같지만 생각해보면 그리 먼 곳도 아니에요. 분단 이후 뭍으로 가는 길은 막혔지만, 비행기를 타면 금방 다녀올 수 있는 거리기도 하죠.

'고만녜'는 이 책 주인공 이름입니다. 아홉 남매 중 아들이 셋이고 딸이 여섯인데 아들에게는 제대로 된 이름을 붙여주고 딸들은 노랑녜, 귀복례, 고만녜, 데진녜 같은 별명으로 불렀어요. 노랑녜는 머리가 노랗다고, 고만녜는 딸은 고만(그만) 낳고 싶다고, 데진녜는 또 딸이라 내던졌다고 그렇게 불렀다고 해요.

이 책은 어렸을 때 '고만녜'라 불린 실존 인물의 회고를 토대로 한반도를 떠나 살아야 했던 우리 민족의 역사를 보여줍니다. 고만녜네 가족은 먹고살기 위해 몹시 추운 겨울날 꽁꽁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 북간도로 갔어요. 그때가 120년 전인 1899년이었죠. 북간도의 길고 추운 겨울을 보내기 위해 쇠똥으로 집 벽을 만들고, 해마다 구들(온돌)을 손보며 추위를 견디고 가난을 극복해 살아남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조선인 마을이 발전하는 모습도 흥미롭게 그려냅니다.

'고만녜, 백년 전 북간도 이야기'
/보림
아버지가 서당 훈장님이었는데도 딸들은 학교에 갈 수 없었어요. 신식 학교가 들어섰는데도요. 고만녜는 공부를 너무 하고 싶어 일곱 살 어린 남동생에게 몰래 한글을 배우기도 했지요. 한글을 익혔지만 읽을 책이 없어 호박씨를 모아 팔고 아랫마을에 온 책장수한테 얇은 책 한 권을 사는 과정은 눈물겹기까지 합니다. 17세에 한 살 어린 까까머리 중학생에게 시집가 혹독한 시집살이를 했지만 고만녜는 시아버지 덕분에 3년 동안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됩니다.



박사 북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