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이야기] 뿔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빨… 사냥할 때도, 온도 잴 때도 써요

입력 : 2019.12.13 03:00

일각고래

지난달 29일 발생한 영국 런던브리지 흉기 테러 사건 당시 한 남성이 1.5m 길이 일각고래 뿔을 들고 범인에게 맞서 화제였습니다. 일각(一角)고래는 이름처럼 긴 '외 뿔'이 나 있어 중세시대에 '바다의 유니콘'이라고 했습니다. 이마에 뿔 한 개가 난 백마, 즉 전설 속 동물 유니콘에 빗댄 거지요. 중세 유럽인들은 이 뿔을 신성시했어요. 뿔에 독을 없애주고, 우울증을 치료하고, 물을 맑게 하는 불가사의한 효능이 있다고 여겼거든요. 그래서 일각고래를 잡기 위한 사냥을 많이 했습니다. 다만 중세인들이 뿔이라 믿었던 것은 사실 일각고래의 엄니(날카롭게 발달한 포유동물의 이)였지만요.

일각고래의 뿔은 3m까지 자라지만 속이 비어 있어 무게는 10㎏ 정도에 불과합니다.
일각고래의 뿔은 3m까지 자라지만 속이 비어 있어 무게는 10㎏ 정도에 불과합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일각고래는 몸길이가 4.2~4.7m까지 자라고 체중은 1.6t까지도 나갑니다. 전체적으로 흰색 바탕을 하고 있고, 검은색과 갈색 얼룩무늬가 있습니다. 수컷은 보통 긴 엄니 한 개가 입가에서 뻗어 나오는데 길게는 3m까지도 자랍니다. 수컷 중에서는 500마리 중 1마리꼴(0.2%)로 엄니 두 개가 자라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암컷은 대부분 엄니가 없습니다만 15% 정도는 수컷보다 작은 1.2m 길이의 엄니가 있어요. 엄니는 속이 비어 있어 3m짜리도 무게는 10㎏ 정도입니다. 엄니가 나선형으로 꼬여 있다는 것도 특징이죠.

엄니는 수백만 신경조직을 가진 고도 감각기관이에요. 일각고래는 엄니를 물 위로 들어 올려 외부 온도, 기압 변화에 반응하며 살아갑니다. 사냥에도 엄니를 활용하는데요, 엄니로 어린 북극대구를 두드려 기절시켜서 잡아먹어요. 엄니를 포함해 이빨이 단 두 개뿐이라 먹잇감을 먹을 때는 물과 함께 강하게 빨아들이는 방법을 씁니다. 대구, 오징어류, 새우류 등을 주로 먹습니다.

일각고래는 캐나다 북동부 해안, 그린란드 서부와 동부 해안, 러시아 북부 해안에서 서식합니다. 봄에 얼어붙은 바다가 녹기 시작하면 해안 부근으로 다가와 여름을 보내다가, 겨울이 다가오며 바다가 얼어붙으면 수심이 깊은 먼바다로 이동합니다.

일각고래는 잠수가 특기입니다. 끝이 뾰족한 엄니는 물의 저항을 줄여줘 잠수할 때 유리하기 때문이죠. 해양 포유류 중에서 가장 깊이 잠수한다고 알려졌어요. 수심 1500m까지 잠수한 기록도 있습니다. 평균 잠수 시간이 20분가량인데, 잠수했다 올라왔을 때 해수면이 얼어붙어 있어 질식하는 사례도 계속 보고되고 있습니다.

수컷은 11~13세부터 번식이 가능해집니다. 매년 4~5월 번식기가 찾아오면 수컷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엄니를 이용해 경쟁합니다. 엄니로 서로 찌르며 싸우는 건 아닙니다. 엄니 길이, 해수면 위로 들어 올리는 높이, 각도 등으로 우열을 가립니다.



김창회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