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18] '시리다'와 '시렵다'

입력 : 2019.12.12 03:03

겨울이 되면 많이 불리는 노래 '겨울바람'의 가사 일부입니다.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겨울바람 때문에~."

여기에서 '시려워'는 맞춤법에 맞을까요? 아닙니다. '시려워'는 '시렵다'에서 온 건데, '시렵다'가 '시리다'의 비표준어이기 때문이죠. 그럼 위 노래 가사의 '시려워'를 맞춤법에 맞게 하려면 어떻게 바꾸어야 할까요? 바로 '시려'입니다. "손이 시려 꽁/ 발이 시려 꽁/ 겨울바람 때문에~"로 불러야 맞지요. 이런 실수는 곳곳에서 보입니다. '이가 시려워요' '손이 시려워' '귀가 시려워' 같이 잘못 쓰이고 있습니다. '시리다'는 뜻으로 '시렵다'를 쓰면 안 된다는 걸 기억하세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그럼 '시리다'의 뜻과 쓰임을 알아봅시다.

'시리다'는 첫째, '몸의 한 부분이 찬 기운으로 인해 추위를 느낄 정도로 차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코끝이 시리다', '손이 시리다'와 같이 써요. 둘째, '찬 것 따위가 닿아 통증이 있다'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찬물을 마셨더니 이가 시리다'와 같이 쓰이지요. 셋째, '(주로 '눈'과 함께 쓰여) 빛이 강하여 바로 보기 어렵다'와 같이 쓰여요. 예를 들면, '폭설이 그치고 해가 뜨자 온 들판은 눈이 시리게 밝았다'와 같이 쓸 수 있어요. 넷째, '(가슴 따위가) 괴롭고 힘들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를 들면, '그들은 시린 가슴을 맞대며 어려움을 견뎌 내었다'와 같이 쓸 수 있어요. '시리다'는 '시리어, 시려, 시리니'와 같이 활용되지요.

'시리다'가 들어간 속담도 많습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속담은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어서 하나가 망하면 다른 하나도 망하게 된다는 말'로 한자어로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이에요. '눈꼴이 시리다'는 '(어떤 행동이) 보기에 거슬리거나 비위가 상하다'라는 뜻이 있어요.

〈예시〉

―날씨가 추워 귀마개를 했더니 귀가 한결 덜 시렸다.

―쌀쌀해진 날씨 탓에 '무릎이 시리다'고 호소하는 주부가 많다.

―'여름에 이불 속에 있어도 손발이 시리다'는 질병인 수족냉증은 겨울이면 더 심해진다.

―파로호의 아침 물안개는 몽환적이고, 한낮의 물빛은 푸르다 못해 시리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더 볼 수가 없으니 그리움이 사무쳐 가슴이 시리다.


류덕엽·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