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김경일의 심리학 한토막] 따돌림 당할 때 고통… 뇌는 몸 다쳤을 때와 똑같이 느낀대요
입력 : 2019.12.10 03:00
사회적 고통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가슴이 미어지듯 아프다'고 합니다. 사랑했던 사람과 이별하면 '뼈에 사무치게 그립다'고도 하죠. 심리적인 아픔이 실제로 몸이 아픈 것과 비슷하다는 비유적 표현입니다. 그런데 흔히 하는 언어적 비유에 과학적 진실이 담겨 있다는 연구가 계속 나오고 있어요. 우리 뇌는 몸이 아픈 '물리적 고통'과 마음이 아픈 '사회적 고통'을 구별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먼저 우리는 어떻게 육체적 고통을 느낄까요? 다리를 다쳤다고 칩시다. 우리가 다리가 아프다고 느끼는 건 뇌의 신경세포가 '아프다'라고 신호를 보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사별, 이별, 따돌림 등으로 사회적 고통을 느낄 때 뇌의 어떤 부위가 활성화되는지 비교해보면 두 고통이 같은지 다른지를 알 수 있겠죠.
먼저 우리는 어떻게 육체적 고통을 느낄까요? 다리를 다쳤다고 칩시다. 우리가 다리가 아프다고 느끼는 건 뇌의 신경세포가 '아프다'라고 신호를 보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사별, 이별, 따돌림 등으로 사회적 고통을 느낄 때 뇌의 어떤 부위가 활성화되는지 비교해보면 두 고통이 같은지 다른지를 알 수 있겠죠.
- ▲ 우리 뇌는 사별, 따돌림, 상사와의 갈등 같은 '사회적 고통'을 실제로 몸을 다친 것과 비슷하게 받아들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아이젠버거 교수는 세 명이 공을 주고받는 비디오게임을 통해 이를 실험했어요. 게임에서 두 사람만 공을 주고받으면서 의도적으로 한 사람을 따돌렸고, 따돌림당하는 사람의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봤지요. 그 결과 신체적 고통을 처리하는 '배측 전방대상피질(DACC·dorsal anterior cingulate cortex)'이 따돌림을 당해 정신적 고통을 겪을 때도 똑같이 활성화된다는 걸 발견합니다. 게임에서 더 많이 소외될수록 해당 뇌 부위가 더 활성화됐고요.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을 처리할 때 뇌가 작동하는 방식이 크게 닮았다는 것이 확인됐죠.
또 에드워드 스미스 미국 컬럼비아대 생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2011년 "이별을 경험한 40명에게 각각 헤어진 연인의 사진을 보여주자 뇌에서 팔에 매우 뜨거운 것이 닿았을 때와 같은 부위가 활성화됐다"고 발표했습니다. 헤어진 연인의 사진을 볼 때 느끼는 마음의 고통이 화상을 입을 정도로 뜨거운 신체적 고통과 비슷했다는 겁니다.
몸이 아픈 사람만큼이나 마음이 아픈 사람들도 큰 고통을 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이별, 상사와 갈등, 따돌림 등 사회적 고통을 받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아이젠버거 교수는 '실제로 몸을 다친 사람처럼 보듬어 주라'고 조언합니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신체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그 아픔이 눈에 보이니 여러모로 배려해줍니다. 그렇지만 사회적 고통을 겪는 사람들은 표가 잘 나지 않으니 덜 배려하고, 덜 보듬어주게 됩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느끼는 고통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걸 기억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