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장발장이 도망친 하수도는 어떤 모습? 고전 색다르고 엉뚱하게 읽는 법

입력 : 2019.12.10 03:00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박균호 지음|지상의책|260쪽|1만4000원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은 어디서나 필독서로 꼽는 고전 명작입니다. 19세기 프랑스의 하층민들을 통해 인류애를 드러내는 무거운 주제의 책입니다. 그런데 이런 책을 읽고 프랑스 하수도의 역사가 궁금해지면 그건 엉뚱한 걸까요? 주인공 장 발장이 부상한 마리우스를 구할 때 하수도를 거쳐서 탈출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잖아요.

작품의 '큰 그림'을 보라며 핀잔을 듣기 십상이겠지만, 이를 독창적인 책 읽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고전을 이런 식으로 엉뚱하게 읽어도 된다는 관점에서 쓴 책이 바로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입니다. 저자는 현직 고교 영어 교사이자 북칼럼니스트입니다.

이 책에는 동서고금의 고전 37권이 등장하는데요, 저자는 이 작품들을 자신만의 엉뚱하고 재미있는 상상으로 자유롭게 연결하며 읽어갑니다. 해당 고전 작품에 대한 기존 해석에 의존하지 않는 거죠. 예를 들어 우리에게 익숙한 '돈키호테'를 보면서는 17세기 유럽의 음식 문화를 풀어냅니다. 돈키호테가 '과메기'와 비슷한 스페인 음식을 먹었다는 겁니다. 소위 '먹방' '쿡방'에 익숙해진 요즘 친구들을 위한 '취향 저격'인 셈이죠.

19세기 초부터 파리 지하에는 근대적 하수도가 만들어집니다.
19세기 초부터 파리 지하에는 근대적 하수도가 만들어집니다. 소설 '레 미제라블'에서도 배경으로 나오죠. /게티이미지뱅크
엉뚱한 접근뿐 아니라 당대 시대상을 파고들며 선입견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햄릿은 아버지를 죽인 삼촌을 죽일 절호의 기회에 손을 쓰지 않아요. 보통 그가 우유부단했기 때문이라고들 생각하죠. 그렇지만 저자는 햄릿이 '기도하다 죽으면 순교자가 돼 천국에 간다'는 당대 종교관 때문에 무방비로 기도하고 있던 삼촌을 죽이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원수가 지옥에 떨어지도록 다음 기회를 노렸다는 거지요.

고전 작품을 경전처럼 떠받들며 기존 해석을 외우고 공부하면 무슨 재미인가요. 딱딱하고 어려운 것으로 여겨지는 고전도 이 책을 통하면 느낌이 바뀝니다. 엉뚱하더라도 내 멋대로 읽는 창의력을 길러주죠. 흥미로운 '깨알 지식'들도 얻을 수 있어요.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