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주은의 미술관에 갔어요] NASA 마스코트 '스누피' … 만화 캐릭터 최초로 달에 갔죠

입력 : 2019.11.30 03:03

['스누피와 함께 달나라까지' 展]

유명 만화 '피너츠'의 강아지 캐릭터
달착륙 성공 전 쏘아올린 아폴로10호, 안전 상징이 된 스누피 그림 가져갔죠
중력 약한 달 위를 걷는 조각상부터 우주인과 놀고있는 스누피 벽화까지
달착륙 50년 맞아 현대미술로 재탄생

여러분에게는 친구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는 만화 캐릭터가 있나요? 아기공룡 둘리, 뽀로로, 그리고 최근에는 아기상어 뚜루루뚜루도 인기가 많지요. 어릴 때부터 줄곧 보면서 함께 자랐던 캐릭터를 보면 어른들도 왠지 기분이 즐거워지는 것 같답니다. 나이를 먹지 않는 옛 친구를 만난 것 같으니까요. 미국인들에게는 흰 강아지 스누피가 그런 캐릭터예요.

스누피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만화의 제목은 '피너츠(Peanuts)'예요. 만화가 찰스 슐츠(Schulz·1922~2000)가 미국 신문에 연재하던 4컷 만화입니다. 찰리 브라운이라는 평범한 소년과 찰리가 키우는 강아지 스누피가 주인공이죠. 찰리 브라운은 매번 실패를 거듭하지만 실망하는 일이 없답니다. 왜냐면 스누피가 늘 곁에 있으면서 느긋하면서 엉뚱하게 모든 일을 해결해주곤 하거든요. 만능 해결사 스누피는 때로는 의사로, 때로는 변호사로, 심지어 전투기 조종사로 변신하기도 하지요.

찰스 슐츠는 생을 마감하던 2000년까지 '피너츠'를 연재했고, 이 만화는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돼 널리 알려졌어요. TV 만화와 영화용 애니메이션 그리고 게임으로도 제작됐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스누피 캐릭터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유명합니다. 이 강아지가 이렇게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스누피의 귀여운 생김새도 한몫하겠지만, 두 가지 이유를 더 들 수 있어요. 그중 하나는 스누피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때문이에요. 슐츠는 "행복은 복잡하고 어려운 철학이 아니라, 그냥 포근한 강아지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죠. 또 다른 이유는 스누피는 일상 속에 살고 있지만, 종종 일상을 탈출해 저 머나먼 우주까지 날아다니기 때문이지요. 자그맣고 사소한 행복과 커다랗고 무한한 우주는 스누피가 상징하는 특별한 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술가들과 패션 디자이너들이 스누피에서 영감을 받아 다양한 작품을 만들었어요. 서울 송파 롯데뮤지엄은 이를 보여주는 전시 'To the Moon with Snoopy(스누피와 함께 달나라까지)'를 선보이고 있어요. 전시는 내년 3월 1일까지 계속됩니다.
박승모 ‘마야(Maya)’ 2019.
① 박승모 ‘마야(Maya)’ 2019. /롯데뮤지엄
작품1은 박승모(1969년생) 작가가 만든 스누피예요. 알루미늄 줄로 감아서 형태를 만든 금속으로 된 강아지 스누피인데, 마치 갑옷을 입은 듯 무거워 보여요. 하지만 천장에 매달려 둥둥 떠 있어서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로 약한 달 위를 걸어가는 스누피의 모습을 상상하게 합니다.

실제로 스누피는 달과 인연이 깊어요. 1969년에 미국의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성공적으로 달에 착륙하기 전에, 아폴로 10호가 사전 준비를 위해 먼저 달로 떠났어요. 이때 아폴로 10호의 조종사들은 그들이 타고 갈 우주선에 이름을 붙였는데, 달 착륙선은 '스누피'였고, 사령선 이름은 '찰리 브라운'이었지요. "여기는 스누피, 찰리 브라운 나와라 오버" 우주조종사들은 이렇게 콜사인(call sign)을 주고받았습니다. 우주선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은 만화 속 주인공들처럼 낯선 달에 가서도 서로의 존재만 확인하면 외로움도 무서움도 느끼지 않고 안심이었을 거예요. 아폴로 11호에 앞서 달 착륙 '리허설'을 하기 위한 아폴로 10호였기 때문에 달 착륙선 '스누피'는 달 표면으로부터 15.6㎞ 위까지만 접근했다가 다시 찰리 브라운으로 돌아와야 했지만요.

이 당시 아폴로 10호는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을 마스코트로 싣고 갔어요. 당시 우주비행사가 우주선 안에서 스누피 그림을 들어 보이는 장면이 사진으로 남았지요. 스누피는 덕분에 달에 처음 간 만화 캐릭터로 꼽힙니다.
② 제이 플로우 ‘붐(Boom)’ 2019. ③ 권오상 ‘스누피와 아이들’ 2019. ④ 이수경 ‘번역된 꽃병-2016 TVG 6’ 2016.
② 제이 플로우 ‘붐(Boom)’ 2019. ③ 권오상 ‘스누피와 아이들’ 2019. ④ 이수경 ‘번역된 꽃병-2016 TVG 6’ 2016. ⑤ 노상호 ‘위대한 소책자 2-스누피’ 2019. /롯데뮤지엄

작품2는 전시장 벽면에 직접 그린 화려한 색채의 벽화예요. 거리미술가 '제이 플로우'가 작업한 것으로, 작가가 상상한 모습의 우주인들과 스누피가 함께 어우러져 재미있게 놀고 있는 장면입니다. 우주복을 입은 익살스러운 우주인들 사이로 달에 방금 착륙한 것 같은 스누피가 걸음을 옮기고 있네요.

작품3의 권오상(1974년생) 작가는 사진 여러 장을 찍은 후 그것을 스티로폼 위에 모자이크처럼 차곡차곡 붙여서 조각상을 만들었어요. 실제 어린이들과 만화 속 캐릭터가 구분 없이 친구처럼 놀고 있군요. 작품4는 이수경(1963년생) 작가가 만든 것인데, 깨진 도자기 파편들을 붙여서 완성한 강아지예요. 위 두 작품은 우연히 공통점이 있답니다. 모두 작은 부분들이 모이고 합쳐져서 전체를 구성한다는 점이죠.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도 하루하루의 작은 생각들과 행동들이 조각조각 합쳐져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요?

작품5를 보세요. 노상호(1986년생) 작가는 인터넷에서 스누피와 우주를 함께 검색한 후에, 관련 이미지들과 대화들을 합치고 모아서 그림을 그렸어요. 작품 속 만화 캐릭터들은 세상 곳곳에서 다양한 표정으로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지요.

[NASA, 안전에 기여한 직원에게 '실버 스누피 상' 수여하고 있어요]

'우주비행사 스누피' 배지

미 항공우주국(NASA)은 1967년 아폴로 1호 비행사 3명을 화재 사고로 잃고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방법을 찾습니다. 그리고 당시 최고 인기 캐릭터 스누피를 안전의 상징으로 활용하기로 합니다.

우주탐사를 열렬히 지지했던 찰스 슐츠는 NASA가 무료로 '우주비행사 스누피' 캐릭터를 쓸 수 있게 했어요. 지금까지도 스누피는 NASA의 안전 마스코트로 쓰여요.

또 NASA는 1968년부터 우주비행사의 안전에 기여한 직원에게 '실버 스누피 상'을 주고 있습니다. 부상으로 은으로 된 '우주비행사 스누피' 배지〈사진〉를 주지요. 현재까지 약 1만5000명이 이 상을 받았어요.


이주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