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지하철역 안으로 들어온 야채밭… 인공 햇빛으로 농사짓죠

입력 : 2019.11.22 03:05

스마트 팜(Smart Farm)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신선한 농작물을 일년 내내 먹을 수 있는 이유는 온실 덕분입니다. 논밭이 얼어붙는 추운 날씨가 찾아와도 온실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해 과일과 채소를 키우고, 그걸 먹으며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답니다. 대표적인 것이 '비닐하우스'이지요.

그런데 이런 온실 농업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스마트 팜(Smart Farm)'이 농업 분야에서 새로운 혁신을 일으키고 있어요. 반도체, 정밀센서,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기술이 적용됐는데요. 햇빛 대신 LED 조명을 이용해 빛을 조절하고, 온·습도를 일정하게 관리해 식물이 더 잘 자라게 해서 결과적으로는 더 영양분이 많은 농작물이 나오도록 하는 새로운 개념의 농장이지요. 식물마다 성장 단계에 맞춰 조명 환경을 조성하고, 밤에도 충분한 빛을 제공해 성장 기간을 단축하는 등 맞춤형 재배가 가능하거든요.
서울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 역사에 있는 스마트 팜에서 식물이 자라고 있는 모습.
서울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 역사에 있는 스마트 팜에서 식물이 자라고 있는 모습. /최새미

이런 스마트 팜은 대부분 '밀폐형'입니다. 말 그대로 사방을 막아서 스마트 팜 내부와 외부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이죠. 해로운 곤충도 차단하지만, 식물 재배에 필수적인 햇빛과 비, 바람도 막습니다. 그래서 냉난방기로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수분을 보충해서 습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결정적으로 햇빛을 대체할 재배용 조명이 필요합니다. 식물은 물과 햇빛,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광합성을 하고 생존을 위한 양분을 만들어내는데요. 스마트 팜에는 햇빛을 대신할 인공 빛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냉난방기와 습도 조절 부분에서는 충분한 기술이 갖춰져 있었지만, 햇빛은 아니었거든요.

연구 끝에 요즘에는 LED 조명을 활용해 햇빛을 대체하고 있어요. 식물이 광합성에 이용하는 햇빛은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의 일부입니다. 가시광선은 파장이 약 380~780㎚(나노미터)까지인데요, 식물은 파란색과 초록색에 가까운 400~500㎚ 영역과, 주황색과 빨간색에 가까운 600~700㎚ 영역의 빛만을 이용합니다. 그래서 스마트 팜에서는 햇빛처럼 가시광선 전체를 내뿜는 흰색 LED도 쓰지만, 광합성에 집중적으로 쓰이는 파란색과 빨간색 영역의 빛만을 골라 섞은 자주색 LED도 널리 쓰고 있지요.

온실은 인공적으로 온도와 습도를 관리했는데, 스마트 팜은 빛마저 사람이 원하는 대로 조절이 가능합니다. 햇빛이 필요 없기 때문에 지하에서도 식물을 키울 수 있어요. 곳곳에 LED를 설치해 빛을 뿌릴 수 있기 때문에 '1층'만 있는 셈인 논·밭과 달리 아파트처럼 층층이 식물을 배치해 좁은 공간에서도 많이 키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우리나라에서도 도심 한복판 지하철 역사, 상가 지하 등에 스마트 팜이 들어서고 있어요. 올해 서울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 등에 신선채소를 24시간 재배하는 '메트로팜'이 문을 열기도 했어요.


최새미 식물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