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15] '괴팍한'과 '강퍅한'

입력 : 2019.11.21 03:00
* 그 연예인은 드라마에서 매우 (괴팍한, 괴퍅한) 성격을 가진 주인공으로 등장했지만 실제로는 온화한 성품이라고 한다.

* (강팍한, 강퍅한) 그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은 직원의 친절한 태도였다.

위 두 예문의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은 무엇일까요? 바로 '괴팍한'과 '강퍅한'입니다. '괴팍(乖愎)'과 '강퍅(剛愎)'의 '팍'과 '퍅'은 둘 다 같은 한자(愎·강퍅할 퍅)를 씁니다. 그런데 낱말에 따라 한글 표기가 다르다 보니 틀리는 사례가 눈에 많이 띕니다. 그럼 낱말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 또 왜 다른지 차이를 알아봅시다.

[예쁜 말 바른 말] [115] '괴팍한'과 '강퍅한'
/그림=정서용
'강퍅하다'는 '성격이 까다롭고 고집이 세다'라는 뜻입니다. 예를 들면, '옆집 아저씨는 성미가 강퍅하여 다른 사람들과 자주 다툰다'와 같이 쓸 수 있어요. 강퍅할 퍅(愎)이라는 한자 음훈을 보면 '강퍅하다'라고 써야 한다는 감이 오시죠. '강팍하다'라고 쓰면 틀립니다.

'붙임성이 없이 까다롭고 별나다'라는 뜻의 '괴팍하다'는 퍅이 팍으로 발음되는 예외적 단어입니다. 예전에는 '괴퍅하다'라고 썼다고 해요. 그렇지만 발음이 까다롭다 보니 '괴퍅'을 '괴팍'으로 말하는 것이 굳어졌어요. 그래서 '괴팍하다'를 표준어로 삼고 있습니다. '성격이 괴팍하다' '그는 성미가 괴팍해서 사람들과 쉽게 사귀지 못한다'와 같이 씁니다.

흔히 '강퍅하다'를 '강팍하다'로 잘못 쓰는 건 평소에 '퍅'이 들어간 우리말을 접하기 어려워서가 아닐까 싶어요. 한자 퍅(愎)이 들어간 낱말을 몇 개 소개합니다. '너그럽지 못하고 까다로워 걸핏하면 화를 내는 성질'을 뜻하는 '퍅성(愎性)' '교만하고 독살스럽다'라는 뜻을 지닌 '오퍅(傲愎)하다' '성질이 엉큼하면서 까다롭고 고집이 세다'는 뜻인 '암퍅(暗愎)하다'가 있답니다.


〈예시〉

―천재 중에는 조금의 불편도 참지 못하는 괴팍한 기질을 가진 사람이 많다고 한다.

―나의 성미가 남달리 괴팍하여 사람을 싫어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가난하고 괴팍한 예술가를 둘러싼 여인들의 사랑을 그린 영화를 봤다.

―기도와 명상은 때로 강퍅해진 우리의 마음을 변화시킨다.

―하나라도 더 가지려는 강퍅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우리는 어울려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류덕엽 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