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김경일의 심리학 한토막] '머리가 좋다' 칭찬하면 공부 게을리해… 노력하는 모습 격려해야

입력 : 2019.11.20 03:00

좋은 칭찬이란

앞서 '칭찬의 기술' 편에서는 상대방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속한 세대까지 배려하는 칭찬이 좋다고 알려 드렸죠. 그건 한국이 '관계' 중심적이라 그랬던 건데요, 이번에는 문화를 막론하고 '좋은 칭찬'은 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칭찬한 내용을 전달해주는 '간접 칭찬'은 효과적입니다.
다른 사람이 칭찬한 내용을 전달해주는 '간접 칭찬'은 효과적입니다. 칭찬받는 사람은 여럿에게 인정받았다는 생각이 들고, 진심이 담긴 칭찬이라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게티이미지뱅크
첫째, 재능보다는 노력을 칭찬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머리가 좋다'라거나 '재주가 뛰어나다'는 칭찬을 받으면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불안해합니다. 다음에 잘못하면 '실제 재능은 보잘것없다는 게 탄로 나는 것 아닌가' 걱정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또 재능이 뛰어나다는 칭찬을 자주 듣다 보면 이런 생각도 듭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건 내가 남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재능이 뛰어나지 않다는 걸 스스로 알리는 꼴 아닐까.' 그 결과 이들은 차라리 열심히 하지 않고 좋지 않은 결과를 받은 다음 사람들에게 "쟤는 능력은 있는데 열심히 안 해서 저런 거야. 그렇지만 앞으로 열심히 하면 잘할 재능이 있어"라는 말을 듣고 편안해지자는 생각도 합니다. 재능을 칭찬하면 노력하지 않는 사람을 만들 수 있죠. 노력하지 않았다면 결과가 좋아도 칭찬을 아낄 필요가 있고, 노력을 많이 했으면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라고 격려해야 합니다.

둘째, 칭찬은 모름지기 '사람'에게 해야 합니다. 흔히 "일이 잘 풀렸다" "프로젝트가 잘 마무리돼서 기쁘다" "성적이 정말 잘 나왔네?"라고 칭찬합니다. 여기서 칭찬의 주인공은 '일' '프로젝트' '성적'입니다. 이 경우 듣는 사람은 나를 칭찬하는지, 내 성과를 칭찬하는지 고민에 빠지죠. 칭찬할 때는 반드시 대상을 구체적으로 말해야 합니다. 예로 든 문장 앞에 '네가 열심히 해서~'를 붙여주면 칭찬받는 사람이 '나를 칭찬하는구나' 하고 확실히 알 수 있겠죠.

셋째,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 하는 간접 칭찬'이 더 효과적입니다. 제가 예전에 군복무할 때 참으로 인상 깊은 칭찬을 하는 지휘관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는 한 부하를 칭찬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네가 근면 성실하고 치밀하다는 말을 자네 직속상관에게 자주 들었는데 오늘 보니 그 말이 사실이네. 수고 많았어." 그 부하는 앞에 있는 지휘관에게는 '성과'를, 자신의 직속상관에게는 '노력'을 인정받은 셈이 됩니다. 간접 칭찬은 두 사람에게 동시에 칭찬받는 효과가 있고, 제삼자의 말을 인용했기 때문에 인사치레가 아닌 진짜 칭찬이라는 신뢰도 생기죠.

저도 막내딸 채원이에게 이렇게 칭찬해봤습니다. "언니가 채원이가 요즘 방을 잘 치운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네?" 그날 채원이는 언니가 좋아하는 따뜻한 우유를 부탁도 하지 않았는데 가져다주면서 슬며시 웃더군요. 간접 칭찬의 힘은 강합니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