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뉴스 속의 한국사] 사후세계서 쓸 수레·신발… 토기로 만들어 함께 묻었죠

입력 : 2019.11.19 03:09

[가야의 이형토기(異形土器)]

죽은 자와 하늘 연결해줄 오리 모양, 사후세계로 태워줄 수레바퀴 모양 등
가야 고분 속 특이한 형태의 토기들… 당시 가야의 토속신앙·생활상 보여

이달 초 전북 남원 운봉고원에서 5세기 전반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가야의 옛 무덤이 발견됐어요. 이번에 발견된 무덤에서는 수레바퀴 모양 토기를 비롯해 그릇받침, 굽다리접시 등이 나왔어요. 수레바퀴 모양 토기처럼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특이한 모양의 토기를 이형토기(異形土器)라고 부릅니다. 주로 신라와 가야 지역에서 유행했어요. 특히 가야 고분에서는 수레바퀴나 동물 모양 토기가 많이 나왔는데 왜 그랬을까요?

말이산 고분군에서 쏟아진 가야 유물

일제강점기인 1917년, 경남 함안에 있는 야트막한 구릉 '말이산'에서 대규모 발굴 조사가 벌어집니다. 함안은 6가야 연맹 가운데 아라가야의 중심지였어요. 아라가야는 전기에는 금관가야, 후기에는 대가야와 함께 가야 연맹을 이끌었습니다. 말이산에는 아라가야의 통치자 또는 최고지배층의 무덤으로 짐작되는 37기의 대형 고분을 비롯해 많은 고분이 모여 있었습니다. 이때 발굴된 유물들은 가야인들의 뛰어난 기술과 문화를 보여주었어요. 가야가 고대 일본에 토기와 철기문화를 전해줬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어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안병현

당시 이곳에서 출토된 유물 중 대표적인 것이 수레바퀴 모양 토기입니다. 이번에 남원에서 출토된 가야 유물 중에도 수레바퀴 모양 토기 일부분으로 추정되는 바퀴 조각이 나왔지요.

말이산에서 발굴된 수레바퀴 모양 토기는 높이 15.2㎝ 크기였어요. 굽다리 위에 알파벳 'U' 자 모양의 원통형 용기를 올려놓고 그 양쪽에 수레바퀴 한 쌍을 배치한 형태입니다. 수레바퀴의 중앙에 구멍을 뚫고 굴대(수레바퀴 한가운데 뚫린 구멍에 끼우는 긴 막대)와 연결해 수레바퀴가 실제 돌아가도록 만들었지요.

수레를 타고 극락에 간다는 가야인 생각

높이 15㎝짜리 수레바퀴 모양 토기는 실생활에 사용할 목적으로 만들었던 토기가 아니라 '껴묻거리'로 만들었다고 짐작합니다. 껴묻거리는 죽은 사람을 무덤에 묻을 때 시신과 함께 묻는 물건을 말해요. 죽은 이가 사후세계에서도 사용할 만한 물건을 함께 묻은 것이죠.

가야 무덤에서 출토된 수레바퀴 모양의 토기는 짐수레가 아니라 사람을 태우기 위한 수레 모양입니다. 또 비슷한 시기 가야 무덤에서는 껴묻거리로 배 모양 토기, 신발 모양 토기 등도 묻혔어요. 배와 신발 모두 사람이 이동할 때 쓰는 것이죠. 그래서 무덤에 묻힌 죽은 사람의 영혼이 수레를 타고 편안하게 좋은 곳으로 가라는 뜻으로 수레바퀴 모양 토기를 함께 묻었다는 분석이 나왔어요.

가야에 불교가 들어온 것은 450년 무렵입니다. 이 무덤은 그 이전에 만들어졌으니 토속 신앙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어요. 당시 가야 사람들은 무당이 신과 인간을 이어준다고 믿거나, 특정한 사물에 영혼이 있다고 믿었을 겁니다. 이러한 토속신앙의 영향을 받아 수레바퀴나 배, 새 모양 토기가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가야인들은 오리 모양 토기와 집 모양 토기도 만들어 묻었어요. 오리 모양 토기는 새가 죽은 자의 영혼을 하늘로 인도한다는 의미였겠지요. 집 모양 토기는 죽은 자의 영혼이 편안히 지낼 수 있는 집을 마련해준다는 의미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특히 집 모양 토기와 기마인물형 토기는 그 모양이 무척 사실적이어서 당시 가야 사람들이 살았던 집과 건축, 무기와 마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되기도 해요. 가야 사람들의 정신세계만이 아니라 생활 모습까지도 알 수 있도록 돕죠. 가야에 대한 역사적인 기록이 크게 부족한 상황에서 당시 가야인의 삶을 알려주는 뜻깊은 유물입니다.

[토기뿐 아니라 철기도 뛰어났죠]

가야가 자리 잡은 지역은 품질 좋은 철이 많이 나기로 유명한 곳이었어요. 그중에서도 낙동강 유역에 자리 잡은 금관가야는 뱃길을 이용해 중국과 일본에 철을 수출했어요.

가야에서 철기문화가 발달한 것을 알게 해주는 유물로 칼의 손잡이에 둥근 모양을 한 환두대도, 철제 농기구, 판갑옷, 현재의 화폐나 금괴의 역할을 한 ‘덩이쇠’ 등이 있어요.

가야 유적에서는 말에게 씌운 갑옷도 출토됐어요. 경남 합천 옥전고분군이나 경남 김해 대성동고분군 등에서 말머리가리개가 나오며, 경남 함안 마갑총에서는 거의 완전한 형태의 말 갑옷이 출토됐어요.




지호진 어린이 역사 저술가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