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호랑이처럼 무서웠던 할아버지와 함께 소나무를 그리며 알게 된 것들

입력 : 2019.11.19 03:07
할아버지와 소나무

할아버지와 소나무

이명환 글·그림|계수나무|48쪽|1만2500원

예전엔 할아버지와 손자가 한집에 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하지만 요즘엔 3대가 함께 사는 경우는 많지 않죠. 게다가 멀리 떨어져 자주 뵙지 못하는 경우라면, 손자들에게 할아버지는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왜냐하면, 엄마 아빠도 때로는 할아버지 앞에서 쩔쩔매며 조심스럽게 행동하시잖아요.

그림 동화 '할아버지와 소나무'의 주인공 솜이도 그랬어요. 시골에 사시는 할아버지는 가끔 솜이네 집에 오세요. 그러곤 "어흠 아범!" 하시면서, 낮고 무서운 목소리로 아빠를 부르곤 합니다. 솜이는 이런 할아버지가 호랑이처럼 생겼다고 생각합니다.

할아버지가 오시면 엄마와 아빠는 바빠져요. 오늘도 그랬어요. 엄마는 할아버지가 드실 음식을 준비하느라 몹시 바쁘시네요. 아빠는 할아버지 병원 예약을 한다며 아까부터 컴퓨터만 바라보고 계세요. 할아버지만 챙기는 부모님 때문에 솜이는 외로워졌어요. 솜이가 소나무를 그리고 싶다고 말해도 부모님은 들은 체 만 체 하시네요. 결국 솜이는 혼자 소나무를 그려보지만 쉽지가 않아요. 그때 마침 아빠가 종이와 붓과 먹을 들고 할아버지가 계신 방에 들어가십니다. 솜이는 망설이다 할아버지께 가까이 가게 됩니다.

할아버지와 소나무
/계수나무

솜이는 용기를 내어 할아버지께 소나무를 그리고 싶다고 말씀드려요. 그런데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 벌어집니다. 할아버지는 솜이를 곁에 앉히시더니, 자신의 굽은 등을 가리키며 소나무의 휜 둥치를 알려주십니다. 또 자신의 주름진 손을 보여주며 소나무 껍질의 울퉁불퉁한 질감도 설명해주시네요. 할아버지는 능숙한 붓질로 아주 멋진 소나무 그림을 완성하셨어요. 갑자기 솜이의 눈에 할아버지가 소나무처럼 보여요. 호랑이가 아니라 말이죠.

솜이는 가족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소나무가 멋진 이유는 소나무가 할아버지를 닮았기 때문'이라고요. 이 책은 서로에게 다가서야만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는 걸 알려줍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