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이야기] 서해안 갯벌의 손톱만한 흰게… 집게발 흔들어 암컷에 구애하죠

입력 : 2019.11.15 03:05

흰발농게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흰발농게가 전북 군산 선유도 일대에서 60만 마리가 살고 있다고 지난 3일 군산시가 밝혔어요.

일반적으로 게는 다리가 10개인데, 가장 앞쪽의 좌우 1쌍은 집게다리이고, 뒤쪽의 나머지 좌우 4쌍은 걷는 다리입니다. 흰발농게는 수컷의 큰 집게다리가 흰색이라 붙여진 이름입니다. 수컷은 한쪽 집게다리가 다른 쪽보다 훨씬 크다는 특징이 있어요. 오른쪽 다리가 큰 것, 왼쪽 다리가 큰 것이 있는데, 사람이 오른손잡이가 있고 왼손잡이가 있듯이 성장 과정에서 어느 쪽이 더 커질지 결정됩니다. 암컷의 집게다리는 좌우의 크기가 같고 수컷의 작은 집게다리보다도 조그마합니다.
흰발농게 수컷은 자기 등딱지 2배 크기의 집게다리를 가지고 있어요.
흰발농게 수컷은 자기 등딱지 2배 크기의 집게다리를 가지고 있어요. /ⓒFumio Takeshita

수컷의 큰 집게다리는 싸울 때 무기로 쓰거나, 서식하는 굴 입구를 막는 데 씁니다. 또 표면적이 넓기 때문에 집게다리를 통해 열을 내보내 체온을 조절하는 역할도 해요.

흰발농게의 등딱지 길이(세로)는 약 1㎝이고, 너비(가로)는 1.5㎝입니다. 크기가 큰 게는 아니죠. 등딱지는 회색 바탕에 짙은 푸른색 무늬가 있어요. 수컷의 큰 집게다리는 등딱지 너비보다 2배 가까이 길어요. 몸통을 가릴 수도 있을 정도죠.

흰발농게는 한국,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 등의 하구나 해안에 집단으로 서식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서해안과 남해안의 하구와 육지 쪽 갯벌에서 살아요. 겨울철에는 40~50㎝ 깊이 굴속에서 살다가 봄이 찾아오면 지표면으로 올라와 활동합니다.

흰발농게는 밀물로 굴이 물에 잠길 때는 굴속에 숨어 있어요. 썰물로 물이 빠지면 지면으로 올라와 굴 주변에서 2~3시간 동안 먹이를 먹습니다. 흰발농게는 지면의 모래(또는 모래 섞인 펄)를 활발하게 입으로 가져다 넣는데요, 그 자체를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포함된 플랑크톤이나 생물 사체를 먹습니다. 영양분이 없는 모래는 먹고 버리기 때문에 굴 입구 주변에는 작은 모래알이 흩어져 있어요.

먹이를 섭취할 때, 암컷은 집게다리 2개를 번갈아 사용하고, 수컷은 작은 집게다리 하나만을 사용해요. 수컷은 큰 집게다리로는 먹이를 섭취하지 못해서 먹는 데 드는 시간이 암컷보다 길죠.

수컷의 큰 집게다리는 여름철 번식기에 암컷에게 구애할 때 쓰입니다. 수컷은 큰 집게다리를 위아래로 흔들며 암컷을 유혹합니다. 암컷은 그 동작을 보고 수컷이 적합한 짝짓기 상대인지 판단하죠. 암컷은 큰 집게다리가 클수록, 그걸 아래위로 빠르게 흔들수록 수컷이 건강하고 포식자를 피하는 능력도 뛰어나다고 봅니다.

흰발농게 수컷들은 무리 지어 큰 집게다리를 아래위로 흔들 때도 있어요. 흰발농게를 잡아먹는 중부리도요새가 나타나면 집게다리를 흔들어 주변에 알리고, 모두 재빨리 굴속으로 들어가 몸을 숨기도록 하는 것이죠.


김창회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