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이야기] '패배했지만 빛났던 저항정신'… 조지 오웰이 기록한 스페인 내전

입력 : 2019.11.13 03:00

카탈로니아 찬가

나는 신문 기사를 쓸까 하는 생각으로 스페인에 갔다. 하지만 가자마자 의용군에 입대했다. 그 시기, 그 분위기에서는 그것이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유일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카탈로니아 찬가'는 조지 오웰(1903~1950)이 1936년 7월부터 1939년 4월 사이 벌어진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고 쓴 르포르타주입니다. 스페인은 왕실이 유명무실해지면서 왕실 보호를 빌미로 군부 독재를 하려는 왕당파와 이를 막아내려는 공화파가 정권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합니다. 1936년 2월 총선에서 공화파가 승리하지만, 그해 7월 프랑코 장군을 중심으로 하는 왕당파가 군부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내전이 시작되지요.

1936년 스페인 내전에서 공화파 의용군들이 스페인 북동부 '이룬 전투'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1936년 스페인 내전에서 공화파 의용군들이 스페인 북동부 '이룬 전투'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위키피디아
당대 지식인들은 공화파를 지지하며 스페인 내전에 뛰어들었습니다. 헤밍웨이는 종군기자로 전쟁을 취재했고, 훗날 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발표합니다. 조지 오웰은 아예 공화파 의용군에 자원입대해 전장에 나섭니다. 지식인과 젊은이들이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이유는 전체주의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였어요. 당시 독일은 히틀러의 나치가, 이탈리아에서는 무솔리니의 파시스트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민족·국가만 우선시하는 전체주의가 전 유럽으로 퍼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었어요. 스페인마저 왕당파가 정권을 잡으면 유럽이 암흑에 빠질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었죠.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나선 의용군은 장교와 병사가 동등한 대우를 받았어요. 똑같은 음식을 먹고 똑같은 옷을 입었고 받는 돈도 같았어요. 군대라면 위에서 시키면 아래가 따라야 하지만 의용군은 '동지'였기에 될 수 있으면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도 했죠.

스페인 내전은 끝내 프랑코가 이끄는 왕당파의 승리로 끝납니다. 왕당파의 전략과 전술이 뛰어나서가 아닙니다. 조지 오웰은 공화파가 스페인 내전에서 진 이유는 안으로부터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봤어요. 공화파는 자유주의자, 공산당, 무정부주의자 등 여러 사상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었어요. 이들이 각자의 이념과 이익을 추구하기 시작하면서 힘을 잃어버린 것이죠. 특히 소련 스탈린의 지원을 등에 업은 공산당은 조지 오웰이 속한 통일노동자당을 모함하기까지 합니다. 결국 공화파는 패배하고, 조지 오웰은 가까스로 탈출해 '카탈로니아 찬가'를 쓰게 됩니다.

전쟁 패배, 사분오열된 공화파에 대한 환멸에도 조지 오웰이 '찬가'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실에서는 패했을지 모르나, 평범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 전체주의에 저항했던 정신만큼은 계속 살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겁니다.



장동석 출판평론가·'뉴필로소퍼'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