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그저 좋아서 춤추던 시간이 모여 마침내 박수 받는 발레리나 됐죠

입력 : 2019.11.12 03:07
춤을 출 거예요

춤을 출 거예요

강경수 글·그림|그림책공작소|40쪽|1만1000원

말라깽이에 주근깨 가득한 얼굴의 소녀가 발레를 할 때 신는 토슈즈를 신고 있어요. 소녀는 큰 미소를 머금고 이렇게 말해요. "나는 지금 춤을 출 거예요." 소녀는 곧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춤을 추기 시작한 곳은 집 거실이에요. 그런데 거실을 지나 밖으로 나가서도 춤을 춰요. 강 위에 박아 놓은 말뚝 위에서도 춤을 추고요. 풀밭을 넘고 숲을 지나면서도 계속 춤을 춰요.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요. 폭풍이 오네요. 하지만 소녀는 계속 춤을 추고 있어요. 소녀는 어디에서든 춤을 춰요. 소녀의 춤은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네요. 책이 끝나갈 무렵 어떤 페이지는 여러 번 접혀 있어요. 이것을 펼치면 대체 어떤 장면이 펼쳐질까요?

2011년 그림책 '거짓말 같은 이야기'로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 라가치상을 받은 강경수 작가가 2015년 펴낸 책입니다. 목탄화로 그린 흑백 그림 속의 주인공 소녀는 항상 아주 짧게 말할 뿐이에요. 어딜 가든 '나는 여기서 춤을 출 거예요' 하는 식이죠. 제목부터 책이 끝날 때까지 '춤을 출 거예요'라는 말을 주인공은 12번이나 반복해요. 소녀는 왜 끝없이 춤을 추고 싶어 할까요? 점점 더 궁금해집니다.

춤을 출 거예요 책 속 일러스트
/그림책공작소

소녀는 어디에서든 춤을 추지만, 아무렇게나 춤을 추는 것은 아닙니다. 소녀는 언제나 춤에 집중해요. 그래서인지 소녀의 춤은 고요합니다. 그러다가 소녀는 토슈즈를 신은 발로 사뿐히 꽃을 밟고 뛰어올라요. 바로 거기서 우린 책에 접혀 있는 4쪽짜리 페이지를 펼치게 됩니다. 어마어마한 무대가 우리 눈앞에 나타나요. 수많은 관객의 박수 소리가 들리는 듯하네요. 이제 마지막 페이지예요. 소녀는 처음 춤을 시작할 때처럼 다소곳이 서서 이렇게 말해요. "그러니까 지금 춤을 추는 거예요. 춤이 좋으니까요"라고요.

꿈이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향한 간절한 마음이라는 것, 바로 그것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네요.


김성신·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