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인생사진' 단골 등장하는 분홍쥐꼬리새… 생태교란 우려 있죠

입력 : 2019.11.08 03:01

핑크뮬리

푸른 하늘과 끝없이 펼쳐진 핑크빛 물결. 최근 소셜미디어에 많이 올라오는 이른바 '인생사진' 대부분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식물이 있어요. 바로 '핑크뮬리'랍니다. 억새가 일렁이는 한국의 들판을 연상시키면서도 이국적인 빛깔이 신비로워서일까요. 많은 사람이 제주도, 경주, 부산, 서울 등지의 수목원, 생태공원 등으로 모여들어 핑크뮬리 앞에서 사진을 남기고 공유하고 있어요.

핑크뮬리는 볏과의 여러해살이식물입니다. 벼나 강아지풀과 같은 볏과 식물들은 아주 작은 꽃이 줄기 끝에 모여 붙어 꽃이삭을 만드는데요. 핑크뮬리는 작디작은 꽃이삭이 핑크빛 쥐꼬리처럼 생겼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이름은 '분홍쥐꼬리새'랍니다. 꽃이삭 사이에는 역시 분홍빛으로 길이가 1㎝ 조금 안 되는 가느다란 털인 '까끄라기'가 발달해 있어요. 꽃이삭이 바람에 흔들리기라도 하면, 까끄라기가 마치 분홍빛 안개를 뿌려놓은 것 같은 핑크뮬리 밭의 풍경을 만들어 준답니다.

지난달 나들이객들이 경남 함안 악양생태공원에서 분홍빛 핑크뮬리 사이를 오가고 있어요.
지난달 나들이객들이 경남 함안 악양생태공원에서 분홍빛 핑크뮬리 사이를 오가고 있어요. /김동환 기자
핑크뮬리는 얼핏 보기에는 억새의 변종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꽃이 피는 시기도 모양도 비슷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분홍억새'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억새는 키가 1~2m까지 자라는 대형 풀이고 꽃도 하얀색에 가깝지만, 핑크뮬리는 키가 어른 허리춤 정도로 비교적 작고 줄기가 비스듬히 자란다는 차이점이 있답니다.

핑크뮬리는 다른 볏과 식물들과 마찬가지로 적응력과 번식력이 아주 좋습니다. 핑크뮬리는 고향이 미국 중서부 지역과 멕시코 등지인데요, 한반도의 사계절도 거뜬히 버텨낼 수 있을 정도로 덥거나 추운 기후도 잘 버텨냅니다. 작고 포슬포슬한 종자가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 먼 곳에서 새로 뿌리내리기도 쉽지요. 핑크뮬리는 불과 5년 전인 2014년 제주도에 처음 수입됐는데요, 인기를 끌면서 2018년 기준 전국에 축구장 15개 규모의 핑크뮬리 공원이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핑크뮬리가 외래종으로서 '생태계 교란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기도 합니다. 외래종은 여러 이유로 고향(원산지)을 떠나 우리나라에서 사는 동식물을 말하죠. 이런 외래종은 때로 '생태계 교란종'이 돼 생태계 균형을 파괴하기도 합니다. 황소개구리가 대표적인 '생태계 교란종'이죠.

아직 핑크뮬리가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생물학자들은 핑크뮬리를 심거나 가꿀 때 더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어요. 핑크뮬리가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번져나가지 않는지 관찰하고, 핑크뮬리 공원이 조성된 곳은 주변 토착 식물에게 피해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겁니다.

핑크뮬리를 찾아가 '인생사진'을 찍는 우리도 핑크뮬리가 지나치게 퍼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핑크뮬리 종자가 신발에 묻을 수 있으므로 함부로 핑크뮬리를 밟지 않아야 하고요, 예쁘다고 꺾어서 다른 지역에 옮겨 심거나 하면 안 됩니다.



최새미 식물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