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새먼의 국제뉴스 따라잡기] 2014년 이어 독립 재추진… "브렉시트에서 우린 빼줘"

입력 : 2019.11.08 03:01

[스코틀랜드 독립 움직임]
400년 전 연합했지만 독립 열망 여전
2014년 독립 국민투표했으나 부결… 이후 브렉시트 결정으로 재점화

스코틀랜드인들 EU 잔류 원했지만 잉글랜드 뜻대로 탈퇴 결정되자 英서 독립 후 EU 가입하려고 하죠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가 다음 달 조기 총선을 통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러자 지난 2일 스코틀랜드에서는 영국에서 독립하겠다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죠.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도 시위에 참석했습니다. 스코틀랜드는 2014년 영국에서 독립할지를 두고 국민투표를 했고, 독립안이 부결됐는데 다시 독립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겁니다.

영국(The United Kingdom)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가 합쳐진 나라입니다. 한국 친구들에게 이 복잡한 나라를 설명하는 쉬운 방법은, 조금 무리한 비유일 수 있지만, '삼국시대가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고 떠올려보는 것 같아요. 신라, 고구려, 백제 삼국이 '한반도 연합왕국'이라는 형태로 한 나라를 이루고 있다고 가정하고 설명해보겠습니다. 한반도 연합왕국 수도는 한반도 한복판에 있는 서울이 아니라 남동부에 치우친 경주에 있어요. 삼국 중에 가장 인구가 많고 군사력과 경제력이 강한 신라의 수도였기 때문이죠. 경주에는 한반도 연합왕국의 핵심 기업체와 산업시설이 몰려 있고요.


지난달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도 에든버러에서 시위대가 영국에서 독립할 것을 주장하며 행진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도 에든버러에서 시위대가 영국에서 독립할 것을 주장하며 행진하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는 영국에서 독립해 유럽연합에 남고자 하지만 가능성은 불투명합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북쪽에 있는 고구려는 여전히 음식과 생활방식 등에서 고유의 문화를 지켜오고 있어요. 고구려 아이들은 자라나면서 머나먼 과거에 신라와 끊임없이 싸우며 자유를 지켰던 고구려 선조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한반도 연합왕국에서 신라가 대장 노릇 하는 걸 매우 못마땅해하죠. 고구려와 신라가 운동경기를 벌이면 한·일전 이상으로 뜨거운 라이벌 감정을 느끼고요.

이 가상의 한반도 연합왕국은 한·중·일이 이룬 '동북아연합' 회원국이기도 합니다. 자유무역과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한 정치·경제 공동체죠. 그렇지만 신라인들은 여기서 탈퇴하길 원합니다. 중국과 일본이 이래라저래라 하며 주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고구려인은 '동북아연합'에 계속 남고 싶어 해요. 경제적 이득이 크거든요.

신라는 한반도 연합왕국을 하나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고구려 의회' '백제 의회'를 인정하고 상당한 정치적 권한을 줬어요. 그렇지만 고구려인의 불만이 완전히 잦아들지는 않았어요. 독립해 '고구려'를 다시 세워야 한다는 움직임도 계속됐어요.

자 이제 실제 영국과 유럽연합(EU) 이야기로 돌아와 볼까요. 신라는 잉글랜드, 백제는 웨일스, 고구려는 스코틀랜드를 상징하죠. 경주는 아시겠지만 영국의 수도 런던입니다. 동북아연합은 EU를 뜻하고요.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는 17세기까지 무수한 전쟁을 치렀습니다. 그렇지만 1603년 스코틀랜드 국왕이었던 제임스 1세가 잉글랜드 왕위에 오르면서 합쳐집니다. 이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는 사실상 한 몸이 됩니다. 함께 나폴레옹과 싸웠고, 두 차례 세계대전을 치렀죠. 다만 권력의 중심은 잉글랜드 쪽에 있었어요. 인구가 더 많고 경제력도 강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스코틀랜드에서는 독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왔어요. 2014년 독립 여부를 두고 국민투표까지 벌어졌는데, 44.7%가 독립을 55.3%가 영국에 남자고 주장하면서 영국의 일부로 계속 남았어요.

그렇지만 2016년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EU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하면서 문제가 생깁니다. 스코틀랜드인 대다수는 EU에 남기를 원했거든요. 그렇지만 인구수가 많은 잉글랜드인이 원하는 대로 브렉시트 결정이 이뤄졌죠. 이제 스코틀랜드는 EU를 떠날 영국에서 독립해 다시 EU에 가입할 생각을 하고 있어요.

다만 스코틀랜드가 영국에서 독립해도 EU에 가입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어요. EU 가입 과정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스페인이 스코틀랜드의 EU 가입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영국이 스코틀랜드 독립운동으로 골머리를 앓는 것처럼, 스페인도 국내에서 카탈루냐와 바스크의 독립운동을 잠재우느라 고생하고 있습니다. 만약 스코틀랜드가 독립에 성공해 EU에 가입한다면 스페인의 카탈루냐와 바스크 역시 '독립하고 EU에 가입하겠다'고 나서겠죠. 스페인 입장에서는 안 좋은 선례가 될 겁니다.

사실 스코틀랜드의 독립 요구는 영국의 EU 탈퇴 요구만큼이나 문제가 많습니다. 철저한 이성적 계산을 통해 나온 것이 아니라 감정적 민족주의에 호소한다는 공통점이 있거든요. 각 민족이 고유문화에 자긍심을 갖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긍정적일 때도 있어요. 하지만 과해지면 이런 움직임은 국민을 분열시킵니다. 민족 사이에 놓인 마음의 벽이 더 높아지고, '우리 민족은 계속 손해를 보고 있어'라는 피해의식으로까지 발전합니다. EU에서 탈퇴하겠다는 영국, 그 영국에서 독립하겠다는 스코틀랜드 모두 이런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죠.

이런 분열적 움직임은 과거 유고슬라비아 해체를 떠올리게 합니다. 민족과 문화에 따라 8개 나라로 쪼개지면서 엄청난 피가 흐르고 시민은 공포에 떨어야 했죠. 분열 이후에 각 나라 국력도 이전보다 크게 줄었고요.



앤드루 새먼·아시아타임스 동북아 특파원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