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김경일의 심리학 한토막] "요즘 애들답지 않게 꼼꼼해" 칭찬… 듣는 이가 불편해한 이유는?
입력 : 2019.11.06 03:00
칭찬의 기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죠. 칭찬은 사람을 움직입니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더욱 힘을 내게 할 뿐만 아니라 나에게 더 가까이 오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지요. 그런데 현실에서는 칭찬을 해줬는데 오히려 칭찬받은 사람이 불쾌해할 때가 종종 있어요. 추켜세워 주려다가 상대방이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함정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학교 선생님이 한 학생을 이렇게 칭찬합니다. "요즘 아이들답지 않게 유튜브보다 책을 더 가까이하다니 대단하구나." 무엇이 문제일까요? 선생님이 학생을 칭찬한 것은 맞지만, 동시에 학생의 친구들인 '요즘 아이들' 흉을 보는 말이기도 하죠. 학생은 칭찬을 듣고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학교 선생님이 한 학생을 이렇게 칭찬합니다. "요즘 아이들답지 않게 유튜브보다 책을 더 가까이하다니 대단하구나." 무엇이 문제일까요? 선생님이 학생을 칭찬한 것은 맞지만, 동시에 학생의 친구들인 '요즘 아이들' 흉을 보는 말이기도 하죠. 학생은 칭찬을 듣고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 ▲ 칭찬한다면서 상대방이 관계를 맺은 사람을 깎아내릴 때가 있어요. 이런 경우 칭찬은 역효과가 나기도 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예로 들었던 칭찬은 모두 칭찬을 듣는 사람이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을 무시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인간관계 중심적인 문화를 갖고 있죠. 예를 들어볼까요? 한국 사람들은 세대를 막론하고 전 세계에서 가장 특이한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자기소개에서 자기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관계를 소개하기 때문이죠. '엄격하신 아버지와 자상하신 어머니 사이에서 1남 1녀 중 둘째로 태어나서…' 이렇게 시작하는 것이 한국인의 전형적인 자기소개서의 시작입니다. 이후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다른 수많은 관계 속에서 자기의 위치를 늘어놓습니다. 학교, 동아리, 직장 같은 '집단'보다는 사람과의 '관계'에 더 강하게 몰입하고, 관계를 통해 자기 자신이 누군지를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나죠.
한국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관계를 통해 '내가 누군지' 확인합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자신을 칭찬하면서 자신이 관계를 맺은 사람들을 무시하면 어색함, 불안함, 불쾌감을 느끼게 되죠.
그렇다면 어떻게 칭찬을 해야 할까요? 상대방 본인뿐 아니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도 배려하는 칭찬을 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 말하는 것이지요. "요즘 젊은이들한테 이런 장점이 있다더니 바로 자네가 그런 친구구먼?" 혹은 "나이 드신 분들이 가진 현명함이 있다는데, 바로 선생님이 그걸 느끼게 해주시는군요"와 같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