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숨어 있는 세계사] 고대 페르시아 국교… 유일신 사상은 기독교 등에도 영향

입력 : 2019.11.06 03:00

[조로아스터교]
조로아스터가 지금의 이란 땅에서 기원전 7세기 경 창시했다고 추정

사산 왕조 페르시아 國敎 지정됐지만 7세기 등장한 이슬람교에 밀려났죠
현재 인도·이란 등서 15만명이 믿어

세계 최대 유랑 민족인 쿠르드족은 이란·이라크·터키·시리아 등 중동 지방을 중심으로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살고 있어요. 이들 대다수는 이슬람교를 믿었는데, 최근 쿠르드족 일부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IS(이슬람국가)의 잔혹성에 끔찍함을 느끼고 '조로아스터교'로 개종하고 있다고 합니다. AFP는 "쿠르드족 사이에서 종교 중심으로 국가를 건설한 다른 중동 국가들처럼, 조로아스터교를 통해 쿠르드족의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보도했죠. 세계 3대 종교인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는 조로아스터교는 어떤 종교일까요?

유일신 사상과 선악의 이분법적 세계관

조로아스터교는 이란 북동부에서 조로아스터가 창시한 종교입니다. 조로아스터가 이 종교를 만든 시기는 기원전 7세기로 추정되는데, 일부 학자는 기원전 2000년이라고 보는 등 확실한 시기는 불분명합니다. 조로아스터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고 이 종교의 핵심 경전인 '아베스타(Avesta)'는 오랫동안 구전을 통해 전해지면서 대부분 내용이 사라져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찾기 어렵거든요.

조로아스터교를 창시한 조로아스터(왼쪽에서 셋째)가 페르시아 왕과 대화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
조로아스터교를 창시한 조로아스터(왼쪽에서 셋째)가 페르시아 왕과 대화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 조로아스터교는 한때 페르시아의 국교였지만 이슬람교의 박해를 받으면서 현재는 15만명 정도가 믿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시기는 불분명하지만, 조로아스터는 현재의 이란 지역에서 태어나 30세 때 최고신 아후라 마즈다(Ahura Mazda)로부터 계시를 받아 이 종교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조로아스터교는 선과 빛의 신인 아후라 마즈다를 최고의 신이자 유일신으로 모시죠. 아후라 마즈다는 지혜롭고, 풍요를 가져다주고, 정의를 지키는 창조주입니다. '마즈다'는 '지혜'를 뜻해서 훗날 조로아스터교는 '마즈다교'라고 불리기도 해요.

조로아스터는 인간에게 선과 악을 선택할 자유의지가 있다고 했어요. 조로아스터교는 아후라 마즈다가 모든 악의 세력을 물리치는 날이 오면 최후의 심판이 있을 것이니, 사람들이 선을 선택하고 구원받아야 한다고 했죠. 즉 조로아스터는 선과 악, 진리와 거짓 같은 양극단의 가치가 대립하는 현실 세계에서 사람들이 악을 배척하고 선을 행하도록 촉구한 것이죠. 조로아스터교가 내세웠던 유일신 사상, 선과 악의 이분법적 세계관 등은 유대교,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등 다른 종교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어요.

조로아스터교의 흥망

기원전 6세기 서아시아 지역을 통일했던 아케메네스 왕조 페르시아 때 조로아스터교는 널리 퍼져 나갑니다. 아케메네스 왕조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다리우스 1세(기원전 550~기원전 486)는 왕권 강화를 위해 조로아스터교를 이용했어요. 그는 자신은 아후라 마즈다의 선택을 받은 정당한 왕이라며 "아후라 마즈다가 자신에게 왕국을 주었다"고 알렸죠. 고대 페르시아어 연구의 중요한 자료인 베히스툰 비문에도 '다리우스 1세가 아후라 마즈다로부터 황제로 간택받았다'고 새겨져 있어요.

사산 왕조 페르시아(224~651)는 더 나아가 조로아스터교를 국교로 삼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던 경전 '아베스타'를 집대성합니다. 사산 왕조는 조로아스터교 이외의 종교인 유대교, 기독교, 불교, 마니교 등 다른 종교 신자는 박해했죠.

조로아스터교는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에는 북위(386~534) 시기에 전파됩니다. 불을 숭배하기 때문에 배화교(拜火敎)라고 불렸어요. 페르시아계 서역인이 자주 왕래하던 당나라 때는 수도 장안에 배화교 사원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조로아스터교는 7세기 아라비아반도에서 등장한 이슬람교에 밀려 교세가 꺾입니다. 이슬람교도는 과거 페르시아 땅을 정복하고 조로아스터교를 박해합니다. 오늘날에는 인도, 이란, 아제르바이잔 일부에서 약 15만명이 믿는 종교가 됐어요. 인도에서는 조로아스터교 신자를 '파르시(Parsi)'라고 부르는데, 유명 록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부모님이 파르시였습니다.


[니체 저서 '자라투스트라 …' 조로아스터를 모델로 썼죠]

독일 철학자 니체(1844~1900)는 조로아스터교를 창시한 조로아스터를 모델로 철학 소설을 썼습니다. 바로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Also sprach Zarathustra)'입니다.

조로아스터가 살았을 때 썼던 아베스타어에 따르면 원래 이름은 '자라투스트라'에 가깝게 발음됐을 거라고 합니다. 이것이 그리스어를 거쳐 영어로 옮겨지면서 흔히 쓰는 '조로아스터(Zoroaster)'가 됐어요.

니체는 소설에서 자라투스트라의 언행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표현했어요. 이 책은 니체 철학의 진수를 담고 있다고 평가받습니다.


윤서원 서울 성남고 역사 교사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