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이동귀의 심리학이야기] 내가 잘못했을 땐 '상황 탓', 남이 잘못하면 '그 사람 탓'
[자기중심적 편향]
남보다 나를 관대하게 평가하는 경향, 자기 모습 직접 관찰하기 어렵기 때문
타인의 모습은 객관적으로 보기 쉽죠
'복권 당첨은 어렵지만 나는 될거야' 믿는 것도 자기중심적 편향의 사례
◇'내로남불'은 인간의 기본 심리
올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 말이 '내로남불'입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을 줄여 쓴 것이죠. 남이 할 때는 비난하던 행위를 막상 자신이 하면 괜찮다고 합리화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몇몇 파렴치한 사람만 '내로남불'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라 모두가 경계해야 하는 태도라는 연구가 있거든요.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행동에 더 관대합니다. 나를 평가하는 잣대와 남을 평가하는 잣대가 다르기 때문인데요, 이를 심리학에서 '이중 잣대(double standard)'라고 부릅니다.
- ▲ /그림=박다솜
독일 쾰른대 빌헬름 호프만(Hofmann) 교수 연구팀은 2015년 미국과 캐나다의 성인 1252명을 상대로 진행한 도덕성 연구를 발표했어요.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에게 사흘 동안 무작위로 스마트폰으로 신호를 보냈어요. 참가자들은 신호를 받을 때마다 직전 1시간 동안 자신이 한 도덕적/비도덕적 일과, 직전 1시간 동안 관찰한 다른 사람의 도덕적/비도덕적인 행동을 적어 보내게 했어요.
실험 결과 자신이 도덕적인 일을 했다고 보고한 빈도(7%)가 타인이 도덕적인 일을 했다고 보고한 빈도(3.5%)보다 두 배나 많았습니다. 그런데 도덕적인 일을 하는 빈도는 비슷해야 정상이겠죠. 결국 자기 자신에게 훨씬 관대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 이유는 자신의 모습은 직접 관찰하기 어렵지만, 타인의 모습은 객관적으로 관찰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타나는 현상이 자기 행동은 '상황 탓'을 하고, 남의 행동은 '그 사람 탓'을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시험 성적이 잘 안 나오면 그 원인을 '공부를 충분히 안 해서' '내가 똑똑하지 않아서'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이번에 시험 문제가 어렵게 나왔기 때문이야'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다른 사람이 성적을 잘 못 받으면 '매일 놀아서'라고 생각하는 거죠. 남이 노는 건 내 눈에 잘 보이지만 내가 얼마나 놀았는지는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니까요. 내가 운전을 하다가 급정거를 하면 '신호가 빨리 바뀌었기 때문'이고, 앞차가 급정거를 하면 '운전 참 못하네'라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한 이치입니다.
◇'잘되면 제 탓, 못되면 조상 탓'
'잘되면 제 탓, 못되면 조상 탓'이란 말도 심리학적 근거가 있어요. '이기적 편향' 또는 '자기 고양적 편견'이라고 하는데요, 자신이 어떤 일에 성공하면 '내가 노력했고, 내 능력이 뛰어나서'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반대로 실패했을 때는 상황을 탓합니다. 입시에 성공하면 내 능력이 뛰어난 거고, 실패하면 선발 과정이 불공정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거지요. 원리는 비슷하지만, 타인과 비교하는 상황이 아닐 때 나타나는 사고방식을 부르는 말이죠. 자존감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식으로 생각하게 된다고 해요.
'남들과 달리 내게는 좋은 일이 일어날 거야'라고 믿는 것도 자기중심적 편향의 하나입니다. '나는 복권을 사면 꼭 당첨될 거야' '남들은 주식 투자로 돈을 잃어도 나는 성공할 거야' 같은 생각을 말하는 거죠. 여러 차례 실험을 통해서 사람들은 이렇게 '나는 남보다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확인됐어요. 사람은 본래 주관적인 존재입니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생각하게 돼 있죠. 그렇지만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누군가를 평가할 때 모두에게 공정한 기준을 적용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자기중심적 편향의 반대… 자신을 깎아내리는 현상]
때에 따라 '자기중심적 편향'의 반대 현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어렵사리 직장을 얻은 사람이 '내가 잘해서야'가 아니라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야'라고 말하는 게 대표적이죠.
자신이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인데도 상황이 따라줬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는 이런 모습을 '긍정적인 모습 깎아내리기(discounting the positives)'라고 합니다. 기분이 우울한 경우 이런 모습을 자주 보이는데, 이를 반복하다가 기분이 더 우울해지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성이 큽니다. 이것도 역시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워 나타나는 현상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