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이야기] 몸집은 비둘기만 한데… 록 콘서트만큼 시끄럽게 울어요

입력 : 2019.11.01 03:05

흰방울새

록 음악 콘서트(120데시벨·dB), 최고 속력으로 달리는 지하철(100dB)보다도 더 큰 소리로 우는 새가 있다는 걸 아셨나요?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와 브라질 국립아마존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아마존에 사는 흰방울새(White Bellbird)가 세계에서 가장 큰 울음소리를 내는 새라고 밝혔어요. 짝짓기 시기 흰방울새 수컷 울음소리는 125dB에 달합니다. 지금까지 가장 울음소리가 큰 것으로 알려진 고성우산새(Screaming Piha)보다 9dB 더 높은 소리를 냈죠. 연구진은 이 발견을 지난 23일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했어요.

조용한 사무실은 약 40dB의 소리가 나고, 초인종은 보통 80dB입니다. 자동차 경적은 110dB 수준이죠. 흰방울새 울음소리는 이보다 큽니다. 사람의 청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소리 크기는 85dB이니까 엄청난 수준이죠. 다만 공습 사이렌(130dB), 제트엔진 이륙(150dB) 소리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흰방울새 수컷. 부리에서 아래로 늘어뜨려져 있는 줄 같은 것은 ‘고기수염’이라고 불리는 부드러운 살덩어리입니다.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흰방울새 수컷. 부리에서 아래로 늘어뜨려져 있는 줄 같은 것은 ‘고기수염’이라고 불리는 부드러운 살덩어리입니다. /AFP 연합뉴스
흰방울새는 브라질, 수리남, 트리니다드 토바고, 베네수엘라에 주로 분포합니다. 해발 500~750m 높이의 열대 습한 숲에서 과일을 먹고 살아요. 부리에서 꼬리까지 몸길이는 30㎝보다 조금 작아요. 집비둘기보다 약간 작은 새입니다. 아래와 위 부리를 90도까지 넓게 벌려 골프공 크기의 과일도 한입에 삼킬 수 있어요. 먹이의 크기에 적응해 부리를 넓게 벌리도록 진화한 것이죠. 수컷은 전체적으로 흰색이고, 암컷은 올리브색(녹갈색) 깃털을 갖고 있습니다.

번식기(8~10월)가 되면, 수컷은 높은 나무에 올라 종소리와 같은 큰 울음소리를 내며 암컷에게 구애합니다. 암컷은 큰 소리로 우는 수컷에 가까이 다가가 배우자로서 적합한지 평가합니다. 암컷은 수컷이 마음에 들면 시끄러운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짝짓기를 합니다. 큰 소리를 내면 포식자에게 위치가 노출돼 잡힐 위험이 커지겠죠. 그렇지만 암컷이 큰 울음소리를 내는 수컷을 선호하기 때문에 수컷은 암컷에게 선택받으려면 크게 울어야 합니다.

흰방울새 수컷이 큰 울음소리를 낼 수 있는 이유는 발성기관이 트럼펫의 끝과 유사한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부리가 넓게 벌려지는 것도 울음소리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요. 복부 근육이 두꺼운 것도 큰 소리를 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울음소리를 크게 낼수록 소리를 내는 지속 시간은 짧아지는 것도 특징입니다. 숨을 쉬는 기관과 소리를 내는 기관이 붙어 있어서 계속 큰 소리를 내면 숨쉬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흰방울새 수컷은 인상적인 '고기수염'(육수·肉垂)도 갖고 있어요. 고기수염은 조류의 얼굴이나 목 부위에서 시작해 아래로 늘어져 있는 부드러운 살덩어리를 말합니다. 칠면조 수컷과 닭 수컷도 갖고 있죠. 흰방울새는 머리와 부리 사이에서 시작되는 고기수염이 배에 닿을 정도로 길어요.



김창회 박사 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