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12] '알토란'과 '알짜'

입력 : 2019.10.31 03:00
* 1997년 외환 위기를 거치며 (알토랑, 알토란) 같은 기업들이 해외 투기 자본에 팔려나갔다.

위 괄호 안에 들어가야 할 말은 무엇일까요? '알토란'입니다. 혹시 그동안 '알토랑'으로 잘못 알고 있지는 않았나요? 실제로 일부 매체에서도 다음과 같이 잘못 쓰는 사례가 보여요. '알토랑 같은 투자 기업을 유치했다' '알토랑 같은 적십자 회비로 아프고 힘든 취약 계층을 돕겠다' 같이요.

[예쁜 말 바른 말] [112] '알토란'과 '알짜'
/그림=정서용
알토란은 너저분한 털을 다듬어 깨끗하게 만든 토란(土卵)을 뜻하는 말이에요. '알토란'에서 '알'은 '겉을 덮어 싼 것이나 딸린 것을 다 제거한'이라는 뜻을 가진 접두사입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는 '알토란 같다'는 관용구는 '살림이나 재산 따위가 속이 꽉 차서 실속이 있다, 생활이 오붓하여 아무 걱정이 없다'는 뜻으로 쓰이지요. 토란을 막 캤을 때는 잔뿌리도 많고 흙이 묻어 지저분하지만, 다듬으면 깨끗하고 실한 알토란이 되지요. 이런 알토란의 모습을 보고 '속이 꽉 차 실속 있다'는 뜻으로 '알토란 같다'를 쓰게 된 것이죠. '그 땅은 알토란 같은 땅이다'와 같이 쓸 수 있어요.

'알토란 같다'와 비슷하게 '실속 있다'는 뜻을 가진 '알짜'와 '알짜배기'는 어떤 관계일까요. '알짜'는 첫째, '여럿 가운데에 가장 중요하거나 훌륭한 물건'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예를 들면 '알짜만 남다' '알짜가 쏙 빠지다'와 같이 쓰여요. 둘째, '실속이 있거나 표본이 되는 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예를 들면 '큰아버지는 논과 과수원을 몇 천 평 가진 알짜 농사꾼이다'와 같이 쓰여요. 우리가 익숙하게 쓰는 '알짜배기'는 '알짜'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뜻은 같답니다. '알짜'와 '알짜배기' 모두 표준어라 둘 다 써도 됩니다.


〈예시〉

―태풍 '미탁'으로 알토란 같은 재산을 한순간에 잃은 이재민들을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이 이어졌다.

―기업 규제에 막혀 알토란 같은 우리 기업이 외국 기업에 잠식당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지수가 조금씩 은행에 부어 둔 적금은 알토란 같다.

―유명 건설 회사가 수도권 알짜 단지 분양을 앞두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가구와 침대 매트리스를 제조하는 그 회사는 알짜배기 중견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류덕엽 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