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고전이야기] 2차대전 포로로 도살장 갇혔던 작가, 경험 토대로 反戰 소설 썼죠
입력 : 2019.10.30 03:00
제5도살장
이 모든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대체로는. 어쨌든, 전쟁 이야기는 아주 많은 부분이 사실이다.
제목부터 덜컥 겁을 먹게 만드는 '제5도살장'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작가 커트 보니것(1922~2007)이 실제로 경험한 일을 담은 소설이에요.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혔던 작가는 도살장을 개조한 수용소(제5도살장)로 끌려갑니다. 거기서 1945년 2월 13일부터 15일까지 이루어진 연합군의 대규모 공습을 경험하죠. 작가는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독일 동부의 아름다운 도시 '드레스덴'은 폐허가 되었습니다. 이 경험은 보니것의 인생을 바꿨고, 반전(反戰) 소설 '제5도살장'의 탄생으로 이어집니다.
제목부터 덜컥 겁을 먹게 만드는 '제5도살장'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작가 커트 보니것(1922~2007)이 실제로 경험한 일을 담은 소설이에요. 독일군에게 포로로 잡혔던 작가는 도살장을 개조한 수용소(제5도살장)로 끌려갑니다. 거기서 1945년 2월 13일부터 15일까지 이루어진 연합군의 대규모 공습을 경험하죠. 작가는 가까스로 살아남았지만, 독일 동부의 아름다운 도시 '드레스덴'은 폐허가 되었습니다. 이 경험은 보니것의 인생을 바꿨고, 반전(反戰) 소설 '제5도살장'의 탄생으로 이어집니다.
- ▲ 1945년 연합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독일 드레스덴 시가지. 작가는 이 폭격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위키피디아
빌리는 우연한 기회에 시간에서 해방된, 시간과 시간 사이를 떠도는 여행자가 됩니다. '성경'의 시대로 가서 예수를 만나는가 하면, 심지어 트랄파마도어 행성이라는 곳을 찾아가 외계인과 대화를 나누기도 해요. 빌리는 평화로운 트랄파마도어 행성을 보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물어요. 외계인은 답합니다. "오늘은 그렇죠. 하지만 다른 날에는 당신이 보거나 읽던 어느 전쟁 못지않게 끔찍한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그건 우리도 어쩔 도리가 없기 때문에 그냥 안 보고 말지요. 우리는 기분 좋은 순간들을 보면서 영원한 시간을 보냅니다."
빌리가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에드거 더비'의 죽음이었습니다. 그는 빌리와 함께 드레스덴 폭격에서 살아남은 미군 전쟁 포로였어요. 40대 교사 출신으로 '제자들만 전장으로 내보낼 수 없다'며 자원 입대한, 어쩌면 이 책에서 가장 영웅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 역시 포로수용소에서 허무하게 총살당합니다. 빌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삽을 들고 그를 묻는 일뿐이었습니다. 빌리의 마음은 이때부터 무너지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며 전쟁의 참화 속에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뭐 그런 거지"라는 무덤덤한 말만 하게 됩니다.
'제5도살장'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는, 다소 복잡한 구성을 갖고 있어요. 단번에 읽기에 그리 쉬운 작품은 아닙니다. 반전 소설이라면 으레 있을 법한 평화를 위한 주장도 없어요. 대신 보니것은 빌리의 혼란스러운 정신 상태를 통해 전쟁의 부조리와 참상을 제시합니다. 인간의 숭고한 정신과 마음을 파괴하는 것이 바로 전쟁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무덤덤해 보이는 빌리의 이야기 속에 담긴 반전의 메시지를 읽어내는 것이 '제5도살장'을 읽는 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