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디자인·건축이야기] 아파트 8층 높이 '거대 온실'… 오목한 천장으로 빗물 모아 사용

입력 : 2019.10.29 03:00

서울식물원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들어선 '서울식물원'이 최근 '대한민국 조경대상'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으며 화제입니다. 서울식물원은 총면적 50만4000㎡로 축구장 70개 크기인데요, 공원과 식물원을 합친 도시형 '보타닉 공원'을 표방합니다. 작년 10월부터 7개월간 임시 개장을 거쳐 올 5월 정식 개관했는데 지금까지 1년 동안 누적 관람객 400만을 돌파했습니다.

이곳의 조경을 완성하는 하이라이트는 온실입니다. 지름 100m, 최고 높이 28m로 아파트 8층 높이에 육박하는 거대한 온실인데, 실험적 디자인으로 이목을 끕니다. 원형 건물의 천장이 마치 접시처럼 가운데로 갈수록 낮아집니다. '돔' 천장의 위아래를 뒤집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천장 가운데 부분이 가장 높고 가장자리로 올수록 낮아지는 기존 온실과는 영 딴판이죠.

서울 마곡에 있는 서울식물원 온실 전경.
서울 마곡에 있는 서울식물원 온실 전경. 지붕 무늬는 식물 세포 생김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어요. /서울시·ⓒ손대림
이 혁신적인 디자인은 신소재를 쓰면서 가능해졌어요. 투명한 온실 천장은 유리처럼 보이지만 실은 초극박막불소수지필름(ETFE)이라는 새로운 재질입니다. 무게가 유리의 100분의 1에 불과합니다. 유리를 썼다면 그 무게를 지탱하기 어려워서 아래로 움푹 꺼진 지붕을 만들기 어려웠을 겁니다. 이 소재는 식물이 광합성을 하며 자라나는 데 필요한 빛의 투과율이 유리보다 최대 20% 높아요. 단열 효과도 유리보다 뛰어나 냉난방비도 덜 들고요.

일반적인 온실 구조에서 탈피하면서 관람객이 온실에 들어섰을 때 받는 인상도 달라집니다. 기존에는 천장 높이에 맞춰 온실 한가운데에 키 큰 식물을 집중적으로 심어야 했어요. 이 경우 온실에 들어가면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아 답답한 느낌이 들었죠. 서울식물원 온실은 키 큰 식물을 천장이 더 높은 온실 바깥쪽에 둘러서 심을 수 있게 됐어요. 온실 안에서 관람객은 이전과는 다른 탁 트인 느낌을 받아요.

서울식물원 온실을 하늘에서 바라보면 또 다른 특징이 보입니다. 먼저 투명한 온실 천장과 그 아래 흰색 철골이 만드는 무늬입니다. 서울식물원 온실을 설계한 김찬중 더시스템랩 소장은 "식물 세포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고 했어요. 실제로 현미경을 통해 식물 세포 단면을 보는 것 같은 패턴이 눈에 들어옵니다.

원형 온실 천장에 줄이 그여 피자처럼 8조각으로 나뉘어 있는 것도 보입니다. 이 중에서 '3조각'은 나머지 '5조각'과 조금 떨어져 있네요. 이는 온실이 천장이 낮은 지중해관(5조각), 그보다 천장이 5m 더 높은 열대관(3조각)으로 나뉘기 때문입니다. 열대관 식물이 더 키가 큰 것을 고려한 것이죠. 또 비와 눈이 내리면 오목한 천장 중심부로 물이 모여드는 구조를 만들었어요. 이 물은 식물원에서 쓸 수 있게 저장됩니다.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꼽혀도 손색이 없을 서울식물원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전종현 디자인·건축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