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아일랜드가 감자 때문에 독립했다고? 식탁 위 음식들이 뒤집어 놓은 세계사

입력 : 2019.10.29 03:00
'식탁 위의 세계사'
식탁 위의 세계사|이영숙 지음|창비|192쪽|1만 2800원

간디의 비폭력 저항운동과 소금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감자가 아일랜드 독립에 큰 역할을 했다는데, 이것은 또 어떤 이야기일까요?

'식탁 위의 세계사'는 오늘날 우리 밥상 위에 자주 오르는 10가지 음식과 재료를 통해 흥미로운 역사를 소개해주는 책입니다.

간디의 '소금 행진'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영국은 자국 식민지 인도 사람들이 비싼 세금을 내고 영국 소금을 사 먹도록 했어요. 영국이 계속해서 소금에 매긴 세금을 더 올리면서 인도 사람들의 불만은 더 커졌죠. 이에 간디는 1930년 인도의 해변 길 380㎞를 24일 동안 걸으며 비폭력 저항운동을 펼칩니다. 61세 노인의 이런 행동에 인도인들은 크게 감동했고, 함께 독립운동에 나서요.

감자에도 엄청난 이야기가 있어요. 남아메리카 적도 부근이 원산지인 감자는 16세기 스페인 탐험가에 의해 유럽으로 전해져요. 처음에 감자는 인기가 없었어요. 감자 싹에 들어 있는 솔라닌이라는 독소 때문에 잘못 먹으면 탈이 나곤 했으니까요. 그래서 당시 유럽에선 처음에 감자를 돼지 사료나 전쟁 포로의 식량으로만 사용했다고 해요.

그렇지만 아일랜드 사람은 감자를 주식으로 먹었어요. 아일랜드에서 나는 밀은 거의 전부 영국으로 팔려나가 선택의 여지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1845년 유럽에서 '감자 역병'이라는 심각한 병이 돌아요. 아일랜드에서는 '감자 대기근'이 발생합니다. 불과 6년 동안 아일랜드인 100만명이 굶어 죽게 됩니다. 그렇지만 영국은 식민지였던 아일랜드에 별 도움을 주지 않고 계속 밀을 수탈해 갑니다. 아일랜드인들의 분노는 폭발했고, 독립운동으로 이어집니다.

흔하디흔한 '감자'가 아일랜드 독립운동을 일으켰어요.
흔하디흔한 '감자'가 아일랜드 독립운동을 일으켰어요. /게티이미지뱅크

소금과 감자로 인한 분노가 독립운동을 이끌었습니다. 역사에서 '먹는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감이 오시나요? 이 책에 등장하는 후추, 돼지고기, 닭고기, 바나나, 포도 같은 음식에 얽힌 일화들도 흥미진진합니다. 우리 식탁 위의 음식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알아보세요.



김성신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