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천주교 박해받던 18세기 말 조선… 책방 소년 '장이'가 목격한 시대상

입력 : 2019.10.25 03:07
책과 노니는 집

책과 노니는 집

이영서 글·김동성 그림|문학동네|192쪽|1만500원

'책과 노니는 집'은 조선 후기 천주교가 박해를 받던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 동화입니다. 주인공 장이의 아버지는 '필사쟁이'였어요. 지금처럼 책을 인쇄하기가 어렵던 시절에는 사람이 책을 베껴 써서 판매했는데, 그걸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어느 날 천주학 책을 필사했다는 이유로 아버지는 관아에 끌려갑니다. 아버지는 신의를 지킨다며 자신에게 천주학 책을 사간 사람들이 누군지 끝까지 밝히지 않았고, 결국 곤장을 맞고 맙니다. 아버지는 집에 돌아와 사경을 헤매다가 얼마 후 세상을 떠납니다.

아버지를 잃은 장이는 책방 주인의 배려로 책방 심부름꾼 생활을 시작해요. 장이는 아버지의 억울하고 불행한 죽음을 보았지만, 결국 그 뒤를 이어 필사쟁이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손이 펴지지 않을 정도로 밤새 책을 베끼면서도 꿈을 잃지 않았던 아버지를 깊이 존경했거든요. 장이는 책방에서 외롭고 힘들게 생활하면서도 늘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보고, 또 깊이 생각하며 성장해 갑니다.

책과 노니는 집
/문학동네

천주교는 로마 가톨릭을 뜻합니다. 하느님을 '하늘[天]의 주인[主]'이라는 뜻으로 풀어 한자로 쓴 것이죠. 그런데 천주교는 조선 후기에 왜 그렇게 박해를 받았을까요? 천주교에 먼저 관심을 보인 것은 조선의 학자들이었어요. 이들은 천주교를 '서학'이라고 부르며 학문의 대상으로 삼았죠. 처음에는 조선 조정도 이런 천주교에 대해 너그러운 태도를 보였다고 해요. 하지만 천주교가 학문의 영역을 넘어 종교로서 역할을 하게 되자 경계하기 시작해요. 천주교의 평등사상이 조선의 신분 질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했던 거예요.

'책과 노니는 집'은 18세기 말 이런 시대 상황을 주인공 장이의 눈을 통해 세밀한 풍경화처럼 펼쳐놓아요. 역사적 사실(Fact)과 가상의 이야기(Fiction)가 절묘하게 합쳐진 '팩션(Faction)' 장르입니다. 올해로 꼭 출간 10주년을 맞은 스테디셀러입니다.


김성신·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