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노벨상 3인방 역작… 가볍고 오래가는 충전지로 일상 혁신

입력 : 2019.10.24 03:00

[리튬 이온 배터리]
무거웠던 과거의 니켈 배터리에 비해 무게는 절반인데 용량은 3배 크죠
무선청소기·스마트폰·노트북에 쓰여

휘팅엄은 처음 핵심 원리 개발, 구디너프는 성능 2배 좋게 발전시켜
요시노는 폭발 위험 현저히 줄였죠

올해 노벨 화학상은 리튬 이온 배터리를 개발한 존 구디너프(97) 미국 텍사스대 교수, 스탠리 휘팅엄(78) 미국 빙엄턴대 교수, 요시노 아키라(71) 일본 아사히카세이 명예연구원이 받았어요. 노벨위원회는 '리튬 이온 배터리가 인류의 일상에 혁신을 가져왔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죠. 이 배터리는 어떤 원리로 작동하고, 또 어디에 어떻게 쓰이기에 세계인의 삶을 변화시킨 걸까요?

1차전지와 2차전지

배터리는 화학반응으로 전기를 만드는 장치입니다. 전해질(배터리액) 속에 금속판이 두 종류 들어 있고, 그 두 금속판이 전해질과 화학반응을 하며 전기를 만들죠. 한쪽은 전자를 받아들이는 양극(+), 다른 한쪽은 전자를 보내주는 음극(-)이 됩니다. 흔히 문구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건전지 같은 배터리도 이런 원리를 이용합니다.

[재미있는 과학] 노벨상 3인방 역작… 가볍고 오래가는 충전지로 일상 혁신
/그래픽=안병현
배터리는 크게 1차전지와 2차전지로 나뉩니다. 1차전지는 한 번 쓰면 화학반응이 끝나기 때문에 그대로 폐기해야 하는 일회용을 말합니다. 재충전이 안 되는 배터리죠. '알칼라인전지'가 대표적입니다. 2차전지는 재충전이 가능한 배터리를 말합니다. 전기를 채워 넣고, 그 전기를 다 쓰고, 다시 전기를 채워 넣으면 새것처럼 쓸 수 있죠. 납축전지, 니켈카드뮴전지, 리튬 이온 배터리 등이 여기 속합니다.

리튬 이온이 양극·음극 오가며 전기 생산

2차전지 중 우리 일상생활에서 가장 밀접하게 쓰이는 것이 '리튬 이온 배터리'입니다. 노트북, 휴대전화, 전기자동차 등에 널리 쓰이고 있어요. 리튬 이온 배터리 역시 양극, 음극, 전해질로 구성돼 있어요. 리튬 이온 배터리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배터리의 핵심은 '리튬 이온'입니다.

스마트폰을 예로 들어 설명해볼까요. 배터리 음극에 있던 리튬 이온(Li+)이 전해질을 통해 양극으로 움직이면서 전류가 흘러요. 리튬 이온이 전부 양극으로 이동하면 방전(전력 사용) 상태가 되죠. 반대로 스마트폰을 전원에 연결해 충전을 시작하면 양극 금속산화물 사이에 끼어든 리튬 이온이 전해질을 통해 다시 음극으로 향합니다. 양극의 리튬 이온과 전자가 음극으로 다 옮겨가면 충전(전력 저장)이 끝납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충전식 배터리는 주로 니켈이나 납을 썼어요. 그런데 니켈이나 납은 무거운 게 흠이죠. 배터리가 크면 전기를 많이 담을 수 있지만 니켈이나 납 전지는 무거워서 휴대용으로 쓰기도, 전기차에 쓰기도 적당하지 않았죠.

리튬 이온 배터리는 니켈전지 무게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요. 가벼우면서도 배터리 용량은 높일 수 있죠. 같은 무게라면 니켈전지보다 용량이 약 3배 높아요. 니켈전지와 달리 성능이 오래 유지되는 장점도 있고요.

노벨 화학상 3인방의 역할

이번에 노벨 화학상을 받은 화학자 3명은 리튬 이온 배터리 개발 과정에서 단계별로 큰 역할을 했어요. 먼저 휘팅엄 교수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핵심 원리를 개발합니다. 그는 1972년 양(+)전기를 띤 리튬 이온이 고체의 빈 공간에 끼어드는 현상을 발견해 초기 리튬 이온 배터리를 개발했어요. 구디너프 교수는 1980년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휘팅엄 교수의 연구를 발전시켜, '리튬코발트산화물'을 활용할 때 성능이 기존보다 2배 강력해진다는 걸 발견했죠.

요시노 명예연구원은 1985년 폭발 위험을 현저하게 줄인 배터리를 개발합니다. 그전까지 리튬 이온 배터리는 음극에서 일어나는 금속 리튬의 화학반응을 이용했기 때문에 폭발 위험이 컸어요. 그는 음극을 탄소화합물로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오늘날과 같이 가볍고 안전한 리튬 이온 배터리가 완성된 것이죠. 이 연구를 토대로 일본 소니가 1991년부터 리튬 이온 배터리를 판매하기 시작합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가 보편화하면서 세상은 극적으로 변했어요. 1~2시간밖에 쓸 수 없었던 노트북은 하루를 너끈히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전깃줄이 없는 '코드리스' 청소기가 대세가 됐죠.


[가끔씩 폭발하는 리튬 이온 배터리… 더 안전해지도록 신기술 개발 중]

리튬은 일찍부터 고효율 배터리 소재로 꼽혔어요. 그러나 리튬의 폭발 위험은 초기부터 고민거리였습니다. 구디너프 교수, 요시노 박사의 개량을 통해 이제 탈 없이 쓸 수 있습니다만 리튬 이온 배터리 고장으로 인한 스마트폰 화재 같은 사고가 가끔 벌어집니다. 비행기에서 리튬 이온 보조 배터리를 위탁 수하물로 부칠 수 없는 것도 폭발을 우려해서입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계속해서 리튬 이온 배터리를 더 안전하게 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리튬 이온이 이동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꿔 안전성을 높이는 방법이 조명받고 있어요. 전해질을 고분자 폴리머로 바꾸는 방법인데, 이를 리튬폴리머 배터리라고 합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변형이죠. 다만 널리 쓰이기까지는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양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