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김경일의 심리학 한토막] 같은 내용도 '어떻게 묻는가'에 따라 결론 바뀐다

입력 : 2019.10.23 03:05

선호도 반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죠? 실제로 같은 말도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서 답변이 바뀔 수 있습니다. 이걸 심리학에서는 '선호도 반전(preference reversal)'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A와 B라는 두 조건이 있어요. A는 90% 확률로 20만원을 따고 10% 확률로 40만원을 잃습니다. B는 20% 확률로 90만원을 따고 80% 확률로 5만원을 잃습니다. A는 안전하지만 얻는 금액이 적고, B는 더 모험적이지만 성공하면 더 많이 얻습니다. A와 B 중 하나만 단 한 번 선택할 수 있다면, 어느 것을 고르시겠습니까? 사람들은 대부분 A를 선택합니다. 큰돈은 아니어도 90% 확률로 돈을 벌 테니까요. 하지만, 확률을 고려해 기댓값을 계산해보면 A와 B 모두 '14만원'으로 같습니다. 본질적으로는 차이가 없는 A와 B지만 대부분 사람은 더 안전한 길을 선택합니다.
사람은 뭔가를 선택할 때는 안전 지향적이다가도 ‘투자’를 하는 상황이라 생각하면 모험적으로 바뀝니다.
사람은 뭔가를 선택할 때는 안전 지향적이다가도 ‘투자’를 하는 상황이라 생각하면 모험적으로 바뀝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상황을 조금 바꾸면 사람들이 B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두 조건 중 하나를 택하려면 돈을 내야 한다. 얼마까지 내겠느냐?" 이렇게 물어보면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집니다. 먼저 A를 볼까요. A 조건을 택하기 위해 20만원을 낼 사람은 없겠죠. 90% 확률로 돈을 따더라도 그래 봐야 본전이니까요. 그런데 B에 대해서는 20만원이 넘더라도 해 보겠다는 사람들이 꽤 나옵니다. 따기만 하면 무려 90만원이나 생기니까요. 그러니 모험을 해보겠다는 사람들이 꽤 나옵니다. 즉, A 또는 B를 선택할 권리를 갖기 위해 치르겠다고 하는 비용은 A가 아닌 B가 훨씬 더 큽니다. 재미있는 불일치죠. 공짜로 선택하라고 하면 A를 고르는데 자기 돈을 얼마나 내겠느냐고 물어보면 B에 더 많이 쓰겠다고 하니 말이죠. 대표적인 '선호도 반전' 현상입니다.

이런 불일치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요? 단순히 선택만 하는 사람은 두 게임의 확률만 봅니다. 그러니 승률 90%인 A가 더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A와 B를 해보기 위해 얼마나 쓸까를 고민하는 사람은 그 결정을 통해 '얼마나 딸 수 있는지'를 더 유심히 보게 됩니다.

이 현상을 실제 우리 생활에 적용해 보면, 안전지향적인 '선택' 상황을 더 모험적인 행동이 가능한 '투자' 상황으로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공부나 사업 등에서 '계획 1'과 '계획 2'를 고르는 선택지를 주기보다는 가진 자원을 어디에 얼마나 투자할 것인가 위주로 물어볼 수 있겠죠. 그러면 사람들은 확률이 낮더라도 큰 결실을 주는 대안에 매력을 느끼고 도전하겠다는 의지도 커집니다. 예를 하나 들어볼까요? "안정적인 공무원과 불확실한 벤처사업가 중 어떤 직업을 선택할래?"라고 질문하면 십중팔구 '공무원'을 떠올릴 겁니다.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공무원과 벤처사업가 중 어느 쪽에 너의 삶을 얼마까지 투자할래?"라고 말입니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