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노벨문학상' 토카르추크의 첫 그림책… 자신의 영혼을 잃어버린 남자 이야기

입력 : 2019.10.18 03:07
잃어버린 영혼

잃어버린 영혼

올가 토카르추크 글·요안나 콘세이요 그림
이지원 옮김|사계절|48쪽|1만8000원

요즘 사람들은 참 바쁩니다. 어른은 물론이거니와 아이도 예외는 아니죠. 늘 시계를 들여다보며 이곳에서 저곳으로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앨리스의 모험에 등장하는 토끼가 생각나기도 해요. 바쁘다, 늦었다며 달리는 사람들로 도시는 가득합니다. 그런데 그 속도를 영혼은 잘 쫓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이 책의 주인공인 남자는 일을 아주 많이, 빨리하는 사람이에요. 영혼은 어딘가 멀리 두고 왔지만 사는 데는 지장이 없었죠. 가끔 이상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요.

그러다가 남자는 숨이 막힐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현명하고 나이 든 의사를 찾아갑니다. 의사는 영혼이 주인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설명해줍니다. "영혼은 머리를 잃고, 사람은 마음을 가질 수 없는 거죠." 의사는 남자가 '영혼을 잃어버렸다'고 진단합니다.

의사는 행방불명된 영혼과 다시 만나는 방법을 일러줍니다. 영혼과의 어긋난 속도를 다시 맞추기 위해, 자기만의 조용한 공간을 찾아내고 편안히 앉아서 기다려야 한다는 겁니다.

잃어버린 영혼 책 속 일러스트
/사계절

남자는 도시 변두리에 작은 집을 구해서 다른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영혼을 기다립니다. 이 책은 차분하게 남자의 영혼이 그를 찾아오는 과정을 그려나갑니다. 영혼이 숲과 시골집과 바닷가와 기차와 기나긴 길을 거쳐 오는 동안 남자의 식탁에서는 식물이 자라고, 남자의 머리카락과 수염도 자라지요. 지치고, 더럽고, 할퀴어진 영혼이 도착하는 장면에서 여러분은 울고 싶어질지도 몰라요. 토카르추크의 글과 요안나 콘세이요의 그림이 보여주는 힘이죠.

이 책의 글을 쓴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는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어요. 그는 지난해 영국 맨부커상을 받은 폴란드 대표작가입니다. 인간과 문화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쓰는 작가로 인정받고 있죠. '잃어버린 영혼'은 토카르추크가 쓴 첫 그림책입니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 생각에 잠기게 하죠.


박사·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