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이야기] 주황색 벌레 전국 곳곳서 출몰… 닿기만 해도 화상 입은듯한 고통
청딱지개미반날개
청딱지개미반날개는 원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 살던 벌레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메리카 대륙을 제외한 세계 각지에 넓게 퍼져 있어요. 우리나라에선 1968년 전남 지역에서 처음 발견됐어요. 정확히 어디에서 어떻게 한반도로 들어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동남아시아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지금은 우리나라 곳곳에서 발견되는 걸 봤을 때 국내에서 계속해서 번식하고 있다고 추정합니다.
- ▲ 일명 ‘화상벌레’로 불리는 청딱지개미반날개는 독성 물질 ‘페데린’을 분비합니다. 사람 피부에 이 벌레가 닿으면 화상을 입은 것처럼 아픕니다. /연합뉴스
'화상 벌레'라는 별명은 이 벌레가 분비하는 페데린(pederin)이라는 독성 물질 때문에 갖게 됐어요. 페데린이 사람 피부에 닿아 하루쯤 지나면, 피부가 가렵고, 붉게 부어 오르고, 타는 듯한 고통을 느끼게 되어요. 상처는 선형 피부염으로 피부에 지렁이 모양으로 길게 나타나요. 이 독성 물질은 성충 암컷과 수컷뿐 아니라 애벌레, 번데기 등일 때도 체액에 포함돼 있어요.
이 벌레가 피부에 닿았을 때는 접촉 부위를 물로 씻어내야 합니다. 증상이 나타나면 가까운 병원을 찾아 치료받거나 항생제인 푸시딘산(fusidic acid) 크림을 바르면 5일 이내에 나아요.
청딱지개미반날개는 딱정벌레목에 속하는 곤충으로 언뜻 보기에 길쭉한 개미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어요. 몸길이가 7㎜ 정도인 작은 곤충이죠. 짙은 청색빛 날개 딱지가 배 부분을 반 정도 덮고 있어서 붙은 이름입니다.
이 벌레의 머리와 배 끝부분은 검은색이고, 배의 일부와 가슴 부분은 밝은 주황색을 띱니다. 이 종처럼 독을 지닌 곤충은 대부분 눈에 잘 띄는 색깔을 갖고 있어요. 이를 경고색이라고 부르는데, 포식자에게 자신이 독이 있다는 것을 알려 붙잡히거나 먹힐 가능성을 줄이는 생존 전략이죠.
이 벌레는 특히 6~8월의 일몰 무렵 빈번하게 출현합니다. 불빛을 향해 날아서 이동하는 특징이 있는데 특히 형광등의 자외선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현대사회의 많은 불빛이 이 종을 넓은 지역으로 빠르게 퍼뜨리는 역할을 하는 걸로 보입니다. 이 곤충은 몸이 가벼워 바람을 타고 높고 먼 지역까지 이동할 수 있거든요. 청딱지개미반날개가 자주 출현하는 지역에서는 밤에 불빛 강도를 낮추거나 방충망을 철저하게 설치하는 등의 예방조치가 필요합니다.
청딱지개미반날개는 사람에게는 피부염을 일으키는 해충이지만, 벼 잎에서 기생하는 해충을 잡아먹기 때문에 유익한 면도 있어요. 겨울철에는 다수의 성충이 잡초의 뿌리 부근, 퇴적된 낙엽 밑, 돌무더기 아래에서 월동하고 봄부터 활동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