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10] '열병'과 '화병'
입력 : 2019.10.17 03:00
최근 몇 주 동안 국내 주요 언론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비중 있게 다뤘죠. 그런데 뉴스 방송을 보거나 듣다 보면 이를 [아프리카돼지열뼝]이라고 발음하는 방송사 아나운서나 기자들이 보입니다. 여기에서 [열뼝]은 사실 [열병]이라고 발음해야 하지요. 아마 화병(火病)을 [화ː뼝]으로 발음하다 보니 착각하는 것 같아요. 오늘은 발음과 관련해 헷갈리기 쉬운 '열병'과 '화병'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 /그림=정서용
다음으로 화병은 '억울한 마음을 삭이지 못하여 간의 생리 기능에 장애가 와서 머리와 옆구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면서 잠을 잘 자지 못하는 병'이란 의미로 주로 씁니다. 예를 들면, '주식으로 가산을 탕진한 남편 때문에 아주머니는 화병이 들었다'와 같이 쓸 수 있어요. '울화병'이나 '울화증'과 같은 뜻으로, 이를 줄여 화병이라 부르는 겁니다. 주로 한의학계에서 사용하죠.
'울화가 치미는 홧병' '홧병 치료 과정에 성격 분석이 필요한 이유' 등과 같이 '화병'을 '홧병'이라고 잘못 쓰는 사례가 많아요. 우리말에서는 한자 단어 두 개의 합성어에서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는 게 원칙입니다. 화병은 화(火)와 병(病)의 합성어라 사이시옷을 넣지 않습니다.
열병[열병], 화병[화ː뼝]의 발음에 유의해 예문을 읽어 봅시다.
〈예시〉
―헬렌 켈러는 두 살 때 열병을 앓아 눈이 멀고 귀가 먹고 말을 못 하는 삼중고를 겪었다.
―우리나라도 의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아이들이 홍역, 마마, 열병에 걸려 죽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한다.
―할머니는 전화 금융사기에 속아 2000만 원을 잃고서 화병으로 몸져눕고 말았다.
―화병이 심장 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요즘 '내로남불'과 편 가르기 정치에 혈안이 된 정치인들을 보며 국민이 화병에 걸릴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