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김경일의 심리학 한토막] 화나면 그 장소 벗어나 3분 보내기… 계속 머무르면 분노 커져

입력 : 2019.10.09 03:05

3분의 법칙

머리끝까지 화가 나서 주워담을 수 없는 말을 했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많은 사람이 어떻게 하면 화를 내지 않을 수 있을까 궁금해합니다. 그런데 화가 나지 않게 하는 뾰족한 방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중요해지는 것이 '화가 났을 때 그 화를 어떻게 다루느냐'입니다.

점점 커지는 화를 누그러뜨려 사라지게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화는 참으면 참을수록 끓는 냄비를 뚜껑으로 막는 것과 같아 어느 순간 걷잡을 수 없이 터지게 돼 있습니다. 이성을 잃고 폭언·욕설 등을 하게 되죠. 재밌는 건 화가 났던 장소에 계속 머무를수록 화는 점점 더 커지게 된다는 겁니다. 심리학자들은 '3분의 법칙'을 제안합니다. 화를 참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반드시 그 대상이 있는 장소를 벗어나 다른 장소로 가서 최소 3분 동안 머물러야 한다는 겁니다.
화가 났을 때 아무리 참아도 결국 터져 나왔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화를 참기보다 일단 자리를 피해보세요. 분노가 폭발해 후회할 말을 할 확률이 크게 줄어듭니다.
화가 났을 때 아무리 참아도 결국 터져 나왔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화를 참기보다 일단 자리를 피해보세요. 분노가 폭발해 후회할 말을 할 확률이 크게 줄어듭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예를 들어 교실에서 친구와 다투다가 너무너무 화가 났다면 그 친구가 없는 교실 밖 다른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 장소에서 아무리 짧아도 3분 동안은 마음을 진정시켜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돌이킬 수 없는 거친 말이나 행동을 할 가능성이 많이 줄어들게 됩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인간의 생각은 '어디에 있는가'에 영향을 받아요. 인간의 생각은 환경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입니다. 화가 치밀어 오른 최초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해야만 다른 생각이 가능해집니다. 화가 났을 때 첫 번째 떠오르는 생각은 당연히 '상대방이 나를 화나게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는 '나의 행동'은 돌아볼 수 없게 되고 상대방에 대한 분노만 더 커지게 됩니다. 하지만 다른 장소로 옮겨서 이제 상대방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면 비로소 '화를 내고 있는 나'를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내가 화를 내고 있는 이유'를 생각할 기회가 생깁니다. 객관적으로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그 잘못에 내가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이 맞는지, 내가 화를 내는 데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이 더 잘 보인다는 것이지요.

둘째, 장소를 옮기고 시간을 보내면서 육체적 흥분이 가라앉습니다. 인간은 심리적으로 화가 나서 몸이 흥분하고, 몸이 흥분하면서 심리적 화가 더 커지는 악순환에 빠지고는 합니다. 사이클링이나 조깅을 열심히 하고 있던 사람이 가만히 서 있던 사람보다 우연히 걸려온 시비에 더 공격적으로 반응한다는 연구도 있어요. 그래서 이 악순환을 끊어내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화를 돋운 사람과 화가 난 장소로부터 멀어지는 것은 큰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는 '화를 참자'라고 생각하기보다 '어디로 가서 3분의 시간을 보낼까'를 고민하세요.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