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이야기] 국화 한송이는 사실 꽃다발… 꽃잎 하나하나가 모두 꽃이죠

입력 : 2019.09.27 03:05

국화

가을이면 도심 속 잘 가꾸어진 정원, 전국의 산과 들판 어디에서든 국화(菊花·사진)를 만날 수 있어요. 정원에서는 허리 남짓까지 곧게 자란 줄기 위에 피어난 국화꽃을 만날 수 있어요. 아기가 두 손바닥을 쫙 편 것보다 더 커다란 탐스러운 모습이죠. 동그랗게 뭉쳐 있던 꽃봉오리가 하나씩 터지며 꽃을 일제히 피워낸 모습을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별이 가득한 하늘' '옥쟁반을 받친 황금의 잔'과 같은 표현을 동원해서 예찬했어요. 가을 산과 들판에서는 바람에 살랑이며 세상을 노랗게, 또 하얗게 물들이는 야생 국화를 볼 수 있어요. 들국화라고도 부르는 국화의 종들이지요. 야생국화는 국화보다 키가 작아서 땅바닥에서부터 꽃이 피어난다는 느낌이 듭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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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는 전 세계에서 오래전부터 관상용으로 가꾸고 개량해 모습도 색깔도 다양합니다. 흰 국화는 장례식에서 망자에게 보내는 꽃으로, 노란색이나 붉은색 국화는 사랑을 전달하는 꽃으로 사랑받고 있죠. 이 국화속(屬) 식물들은 추위에 강해요. 겨울 추위를 견디며 여러 해 삽니다. 줄기 아랫부분은 나무처럼 딱딱해서 곧게 줄기를 세웁니다.

재미있는 점은 우리가 흔히 '국화꽃 한 송이'이라고 생각하는 커다란 꽃이 아주 작은 꽃들로 이루어진 꽃 무리라는 점입니다. 꽃잎으로 보이는 것들 하나하나가 모두 꽃 한 송이씩입니다. 각각 꽃밥이 숨어 있지요. 무리지어 피어난 꽃의 가운데 부분은 꽃잎이 짧아 꽃이라기보다 마치 암술이나 수술처럼 보여서 착각하게 되지만요.

그런데 이런 국화 중에서 모기약 같은 살충제 성분을 만들어내는 꽃이 있다는 거 아셨나요? 발칸반도 달마티아 지역이 원산지인 '제충국(除蟲菊)'이라는 국화입니다. 이 국화에서 추출한 화학 성분이 뿌리는 모기약이나 피우는 모기향에 들어갑니다. 제충국이 생존을 위해 만들어내는 화학물질 '피레트린'을 활용하는 겁니다. 이 성분은 해충의 신경계를 마비시키지만 사람에게는 나쁜 영향이 거의 없는 살충 성분을 만들어내요. 모기가 이 성분에 노출되면 힘을 잃고 바닥에 떨어지고 말지요. 제충국은 곤충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피레트린 성분을 분비하는데 그걸 활용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에는 1930년 일본제 모기약 '계관문향'을 통해 피레트린 성분 모기약이 처음 소개됐어요. 요즘 개발되는 살충제에도 이 성분이 들어간 것들이 있어요. 현대적인 농약이 개발되기 전 농부들은 이 성분을 천연 농약으로 사용하기도 했어요.

어떤 국화는 생태계에 해가 될 정도로 독한 화학물질을 뿜어내기도 해요. 최근 미국 뉴욕 지역에 야생국화인 '분홍수레국화'가 빠르게 번졌는데요. 이 국화는 빠르게 번식하면서 뿌리의 독성 물질로 다른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거나 야생생물의 생존을 어렵게 해 골칫거리라고 합니다.




최새미·식물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