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동물이야기] 나무 위에 사는 큰 뱀, 스컹크처럼 방귀 뀌어 적 물리치죠

입력 : 2019.09.20 03:00

아마존나무보아

아마존 화재로 이 지역에 사는 여러 동물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생물이 사는 열대우림이랍니다. 전 세계 생물종의 3분의 1이 살고 있어요. 최근 미국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연구팀은 860볼트의 강력한 전기를 발생시키는 신종 전기뱀장어를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발견하기도 했어요. 그만큼 특산종이 많지만, 오늘은 그중에서도 아마존 강 주변 숲에서 흔하게 관찰되는 아마존나무보아를 살펴보려 합니다. 숲이 파괴되면 곧바로 생존을 위협받는 생물이거든요.

아마존나무보아라는 이름처럼 이 뱀은 아마존 나무 위에서 생활합니다. 보아(Boa)는 덩치가 큰 '왕뱀'을 뜻하죠. 머리부터 꼬리 끝까지 길이는 1.5~2m 정도입니다. 우리나라에 사는 구렁이와 비슷한 크기입니다.

아마존나무보아는 낮에 나무 위에서 쉬다가 밤에 사냥을 나갑니다.
아마존나무보아는 낮에 나무 위에서 쉬다가 밤에 사냥을 나갑니다. 숲이 사라지면 살 곳이 없어지죠. /위키피디아
몸무게는 1.3㎏ 정도까지 나갑니다. 야행성인 아마존나무보아는 낮에 나무 위에서 몸을 똬리처럼 둥글게 말고 쉬다가, 밤이 찾아오면 새, 박쥐, 도마뱀, 개구리 같은 먹잇감을 찾아 사냥에 나서요. 그래서 낮을 보낼 수 있는 나무가 필요합니다. 먹이를 잡을 때는 지면이나 물에서도 활동하지만, 낮에는 꼭 나무 위에서 쉬기 때문에 산림이 파괴되면 생존에 어려움을 겪어요.

뱀이 밤에 사냥할 수 있는 이유는 눈에 의지하지 않고도 먹이를 사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보아를 비롯해 대부분의 뱀은 입과 코 사이에 피트(pit)라는 열 감지 기관이 있어요. 피트는 0.003도의 온도 차이도 느낄 정도로 민감한 신경 기관이라 따뜻한 피가 흐르는 동물을 쉽게 감지해냅니다.

아마존나무보아는 독이 없어요. 그래서 몸으로 먹잇감을 감아서 질식시킨 다음 먹습니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 그림이 나오죠. 아마존나무보아도 자기 몸무게보다 40% 이상 무거운 먹이를 한입에 삼킬 수 있어요. 아래턱뼈와 위턱뼈가 신축성이 뛰어난 인대로 붙어 있어 입을 크게 벌릴 수 있고, 숨을 아래턱 끝부분으로 쉬기 때문에 큼직한 먹이를 삼키면서도 계속 숨을 쉴 수 있습니다. 또 통째로 삼킨 포유류의 뼈도 녹일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소화액을 가지고 있어요.

아마존나무보아는 뱀 중에서도 사나운 편으로 꼽힙니다. 사람 손의 온기를 감지해 먹잇감이라고 생각하고 공격하기도 해요. 독은 없어도 이빨이 바늘처럼 길어서 위협적입니다. 포식자를 만나거나 위협을 느끼면 악취가 나는 액체를 항문에서 방출합니다. 스컹크나 노린재가 악취를 뿜어내는 것과 같아요. 묻으면 닦아내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해요.

다른 보아와 비교했을 때 머리가 세모형으로 각이 지고 몸이 가늘어서, 머리가 비교적 크게 보입니다. 몸 색깔은 검은색, 갈색, 회색, 붉은색, 주황색, 노란색까지 다양해요. 그래서 관상용으로 기르는 사람들도 있답니다.



김창회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