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예쁜 말 바른 말] [106] '개비'와 '움큼'

입력 : 2019.09.19 03:03

* 성냥 한 (개피, 개비, 가치)가 다 탈 때까지 초에 불을 붙이지 못했다.

* 아이들이 사탕을 한 (웅큼, 웅쿰, 움큼)씩 집어 들고 활짝 웃었다.

괄호 안에 들어갈 맞는 말을 골라 보세요. 정답은 '개비' '움큼'입니다. 분량을 세는 우리말 단위 중에서 많은 사람이 잘못 쓰고 있는 낱말이에요.

먼저 '개비'가 어떻게 잘못 쓰이고 있는지 볼까요. '명절 전후 택배 기사들은 담배 한 개피씩 입에 문 2~3분 정도가 쉬는 시간의 전부' 같은 기사도 있어요. 또, '전우'라는 군가 노랫말은 "한 가치 담배도 나누어 피우고"라고 돼 있고요.

기사 관련 일러스트
/그림=정서용

이처럼 개비를 개피, 가치, 까치 등으로 잘못 쓰는 사례가 많아요. '가늘고 짤막하게 쪼갠 토막을 세는 단위'를 말할 때 바른 표현은 '개비'입니다. 예를 들면 '담배 한 갑에는 20개비가 들어 있다' '장작 두 개비'와 같이 쓸 수 있어요. 낱개로 된 성냥을 '성냥개비'라고 한다는 것을 연상하면 더 쉽게 구분할 수 있겠지요? 참고로 '갑에 넣지 않고 낱개로 파는 담배' 즉 낱담배를 '개비 담배'라고 하는데 예외적으로 '가치담배'는 많이 쓰이기 때문에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답니다.

다음으로 '움큼'을 잘못 쓰는 사례를 볼까요. '두어 웅큼의 풋대추를 호주머니에 넣고 산책을 나갔다' '긴 털을 자른 푸들 강아지 옆에 한 웅쿰의 털이 놓여 있었다' 등과 같이 웅큼, 웅쿰 등으로 잘못 쓰고 있어요.

'손으로 한 줌 움켜쥘 만한 분량을 세는 단위'를 뜻할 때는 '움큼'이라고 씁니다. '손가락을 우그리어 물건 따위를 놓치지 않도록 힘 있게 잡다'는 뜻의 '움키다'에서 온 말입니다. '화분마다 거름을 한 움큼씩 뿌렸다'와 같이 써요.

〈예시〉

―하루에 담배 한 개비만 피워도 심장 질환에 걸릴 위험이 비흡연자에 비해 50% 높아진다고 한다.

―우리는 장작 대여섯 개비로 모닥불을 피웠다.

―옛날에는 추수할 때에 벼를 한 움큼씩 거머잡고 낫으로 일일이 베었다.

―아이들이 모래를 여러 움큼 쥐어 다른 곳으로 옮기는 놀이를 하고 있다.

―산에서 햇밤을 서너 움큼 주워오다가 '다람쥐 먹이를 남겨 두세요'라는 글귀를 보고 다시 놓고 왔다.



류덕엽·서울 양진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