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음식] 300년 전 中 산둥성서 발명된 당면… 잡채에 넣어 먹은 지 100년도 안 돼

입력 : 2019.09.18 03:07

잡채와 당면

추석 등 명절에 빠지지 않는 전통 음식으로 잡채〈사진〉가 있습니다. 삶은 당면에 각종 채소와 버섯, 소고기를 볶아 넣고 버무린 뒤 달걀 지단과 잣을 고명으로 얹어 보기 좋고 맛도 좋지요. 그런데 잡채에는 원래 당면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 아셨나요?
잡채
/게티이미지뱅크

잡채의 잡(雜)은 '섞다' '모으다' '많다'는 뜻이고 채(菜)는 채소를 뜻하니, 여러 채소를 섞은 음식이란 말입니다. '음식디미방'(1670년) '음식보'(1700년대 초반) 등 옛 조리서를 살펴보면 잡채는 당면을 쓰지 않고 도라지, 박고지, 냉이, 미나리, 파, 두릅, 고사리, 참버섯, 석이버섯, 표고버섯, 송이버섯, 숙주 등 채소 나물로 만들었지요. 1860년 편찬된 '규곤요람'에 나오는 잡채에는 곤자소니, 양 따위 소 내장 부위를 잘게 썰어서 넣는 등 고기가 추가됐습니다. 당면은 재료로 꼽히지 않고 있죠.

잡채에 당면이 들어간 건 20세기에 들어와서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당면을 대중적으로 먹기 시작한 지 100년이 채 안 됐거든요. 중국에서 전해진 문물에 붙여지는 접두사 '당(唐)'이 붙은 데서 짐작할 수 있듯, 당면은 중국에서 유래했습니다.

한국에 사는 화교 대부분은 산둥성 출신인데요, 당면은 이 산둥성에서 약 300년 전에 발명됐다고 합니다. 산둥성은 예나 지금이나 중국 당면 생산의 중심지입니다. 우리나라에선 황해도 사리원에 1919년 첫 당면 공장이 문을 열었어요. 이때부터 당면은 한국 사람도 즐겨 먹는 음식 재료가 됩니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1939년)에 등장하는 잡채 요리법에 비로소 당면이 들어간다고 나옵니다만, '당면을 데쳐서 넣는 것은 좋지 못하다'고 부정적으로 소개합니다. 지금처럼 당면을 많이 넣은 잡채는 1940년대 들어 본격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1942년 발간된 '조선요리제법'에서 당면을 재료 중에서 가장 먼저 꼽거든요. 마침내 당면이 잡채의 주 재료가 된 것이죠. 이 책에는 당면을 이용한 냉면도 등장합니다.

중국에서는 당면을 '펀쓰(粉絲)'라고 부릅니다. '녹말(전분)을 실처럼 가늘게 뽑아냈다'는 뜻입니다. 펀쓰로 통칭하지만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이 중 납작하고 넓은 당면을 '펀피(粉皮)'라고 부릅니다. 최근 마라탕에 넣어 먹는 재료로 인기를 얻고 있는 '중국당면'이 바로 펀피입니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