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모내기 시작하고 신분은 사고팔고… 한 소년이 목격한 격동의 조선 후기

입력 : 2019.09.17 03:07
이제부터 세금은 쌀로 내도록 하라

이제부터 세금은 쌀로 내도록 하라

손주현·이광희 글|장선환 그림
책과함께어린이|172쪽|1만2000원

전쟁이 일어나면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친다는 걸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죠. 전쟁은 사회에도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조선 후기가 격동의 시기가 된 것은 전쟁 때문이었어요. 임진왜란, 정유재란, 정묘호란, 병자호란. 네 번의 전쟁을 거치면서 조선 사회는 크게 흔들립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 귀환이가 엄마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전쟁을 겪은 조선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귀환이는 만주 심양에 있는 한 비단 가게 노예로 일하고 있었어요. 부모님이 병자호란 때 노예로 붙잡혀 청나라로 끌려온 뒤, 청나라에서 서로 만나 결혼하고 아들 귀환을 낳았거든요. 어머니는 극적으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아버지와 귀환이는 여전히 노예로 남게 되었어요. 그 와중에 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귀환은 어머니가 속환비를 들고 찾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며 비참한 삶을 견딥니다.

이제부터 세금은 쌀로 내도록 하라 책 속 일러스트
/책과함께어린이

그러던 어느 날 이씨 아저씨라는 분이 어머니가 맡긴 속환비와 편지를 들고 찾아와요. 이씨 아저씨는 노예로 살던 딸 기별이를 데리러 온 것이었어요. 안타깝게도 어머니의 편지는 물에 젖어 군데군데가 지워져 있었어요. 이씨 아저씨와 기별이, 귀환이는 편지를 조금씩 해독해가며 어머니를 찾아 조선을 누빕니다. 심양에서 의주로, 평양으로, 단양으로, 화성으로, 한양으로 이동합니다. 그 과정에서 변화의 생생한 과정을 목격하게 되죠. 모든 세금은 쌀로 내라는 '대동법'의 시행, 이앙법(모내기)의 도입, 시전상인의 위세와 금난전법, 군대의 재편과 균역법, 남녀 차별 정책 시행, 신분과 족보를 사는 사람들…. 교과서에서 낯선 개념으로 접했던 지식이 귀환이를 통해 생생한 이야기로 살아납니다.

조선의 변화는 현재의 사회로 이어집니다. 역사를 아는 것은 지금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죠. 귀환이는 그런 우리 '역사 여행'의 좋은 안내자가 되어줍니다.



박사·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