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밌다, 이 책!] 장애인 부모님 도우면 착한거예요? 저에게는 평범한 일상일 뿐이에요
착한 아이 안 할래!
김효진 지음|버닝피치 그림|웃는돌고래|100쪽|1만원
초등학교 2학년 찬이는 하루에도 여러 번 부모님 TV 리모컨 심부름을 합니다. 냄새 나는 음식물 쓰레기를 갖다버리는 것도 찬이 몫이에요. 찬이 부모님은 소아마비를 앓으셔서 거동이 조금 불편하시거든요.
이웃 어른들은 찬이를 볼 때마다 "착한 아이구나"라고 칭찬합니다. 그리고 으레 다음과 같은 말이 따라붙어요. "부모님 많이 도와 드려야 한다." 찬이는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집니다. 자식이 부모님을 돕는 건 당연한 도리잖아요. 그렇지만 주변 어른들은 찬이를 덮어놓고 칭찬부터 합니다. 찬이 부모님이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요.
'착한 아이'라는 칭찬을 매일 들으면 기분이 어떨까요. 찬이는 자신이 말썽도 부리고 장난도 칠 줄 아는, 그런 평범한 아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라죠. 그냥 엄마 아빠와 살아가는 평범한 초등학생이라는 거죠. 반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있었으면 하고, 선생님이 자기를 인정해주기를 바라는 그런 평범한 아이요. 그래서 어느 날 음식물 쓰레기를 쓰레기통 안에 넣지 않고 밖에 대충 두고 오면서 소심한 반항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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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웃는돌고래
본인도 지체 장애인인 작가가 실제 자신의 아들을 모델로 쓴 책입니다. 작가는 "아들이 부모의 장애 때문에 주눅 드는 것은 물론 바라지 않지만, 부모의 장애를 이유로 특별 취급을 받는 것 역시 바라지 않는다"고 말해요.
자신도 모르게 편협한 시선으로 사람들을 판단하거나 재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볼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동화예요. 찬이네 가족의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을 통해 장애인의 삶이 비장애인의 상상과는 다르다는 걸 알려주죠. 장애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 하는 것도 아니고, 장애를 엄청난 불행으로 여기며 살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요. 머리가 긴 사람도 있고 짧은 사람도 있는 것처럼 장애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있을 뿐이라는 거예요.